여행 이야기

[스크랩] 이명박 한반도 대운하 전 구간 탐사

ksanss@hanmail.net 2011. 10. 26. 09:44
제목 없음

한반도 대운하 전 구간 탐사

 

다리 83개 문제 발견, 강바닥 277km준설, 문경~상주 일부 수몰

한반도 대운하 공사 현장 탐사… 국토 갈아엎는 대공사, 홍수와 문화재 손실도 치명적

 

▣ 한강·낙동강=글 길윤형 기자
▣ 사진 류우종 기자

[한반도 대운하-1부 현주소]

하구에서 바라본 강은 광막했다. 강원 태백에서부터 514km를 서진해 달려온 한강은 경기도와 황해도를 가르는 조강 어귀에서 황해에 몸을 섞는다. 반도 허리의 온갖 수계를 받아안아 하구에 이른 한강은 임진강을 품에 안아 비대해진 몸으로 바다를 맞는다. 철조망에 가려 들어갈 수 없는 강 하구의 정적 속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우성이 여전하고, ‘조강 나루’처럼 이제 이름만 남은 나루들과 흩어진 성곽과 보루의 흔적들이 아득한 물길을 따라 산재해 있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충주 고모산성에서 바라본 전경.

 

경부고속철도 개축 불가피

 

태백 황지에서 영남 내륙 1300리를 내리 달린 낙동강은 기진해진 모습으로 하구에 와 닿는다. 서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대도시를 마주치지 않는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상주·김천·구미·대구·칠곡·창녕·함안·양산·김해·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 1천만 인구를 매달고 기어이 바다에 이른다. 그곳에서 강은 하구언 둑에 막혀 바다를 눈앞에 둔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 지친 강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을숙도에는 해마다 철새가 찾아와 겨울을 노래한다.  

유장한 두 강에 기대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2가 삶을 잇는다.  

그 한강과 낙동강을 터널로 잇고 그 위에 배를 띄우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그동안 경부운하를 반대해온 학자와 시민단체들은 운하가 불러올 환경적·문화적·경제적 재앙들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지적해왔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지원하는 학자들이 모여 만든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이하 연구회)와 이제는 ‘찬성’ 쪽으로 말을 갈아탄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관료들은 “그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한겨레21>은 토목공학자 가운데 경부운하 건설 계획을 꾸준히 반대해온 박창근 관동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실제 운하를 만들 경우 공사 현장에서 생겨날 공학적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운하의 모델은 연구회가 지난 2007년 11월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 보고서에 제시된 ‘제1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점은 한강과 낙동강에 있는 다리들의 처리 여부다. 운하를 건설해 배가 다리 밑을 오가면 안전 문제가 생기는데, 안전을 확보하려면 세 가지 요소를 살펴야 한다. 첫째는 다릿발과 다릿발 사이의 거리다. 이를 ‘경간장’이라 부른다. 둘째, 다리 상판과 물 표면 사이의 거리다. 이를 ‘형하고’라고 부른다. 경간장이 좁으면 배가 다릿발과 부딪칠 수 있고, 형하고가 낮으면 콘테이너를 실은 배가 다리 상판에 부딪힌다. 연구회는 지난 보고서에서 5천t급 선박의 운항 조건으로 경간장 25m, 형하고 11m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운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천을 준설할 경우 다리의 안전성이 확보되는지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상주시에 설치돼 있는 보

 

 

<한겨레21>은 박 교수 팀과 함께 3월3일부터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두 강을 잇는 달천·조령천·영강 지역의 다리들을 현장 조사해 이런 문제점을 살폈다. 우선 한강~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예정 구간의 다리는 133개로 파악됐다. 한강 구간에 61개, 한강의 지류인 달천에 6개, 운하가 지나는 낙동강 본류에 66개 등이다. 한강철교같이 이름은 하나지만 4개로 이뤄진 다리는 1개가 아닌 4개로 파악했다.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 구간에 자리잡고 있어 운하가 만들어지면 대부분 철거될 것으로 예상되는 달천(4개)·조령천(3개)·영강(23개) 다리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다리들까지 합치면 다리의 총수는 163개로 늘어난다.(94쪽부터 이어지는 지도 참조).

 

먼저 경간장을 보자.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다리의 경간장은 국토해양부가 해마다 내놓는 ‘도로교량 및 터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경간장이 25m에 못 미치는 다리들은 목계교·탄금교·달천철교·강창교·일선교 등 5개다. 하지만 박창근 교수는 “외국의 운하 설계 기준을 보면 경간장은 최소 50m 이상 여유를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기준에 맞추자면 철거 또는 보수 대상 다리는 38개로 늘어난다. 고민은 칠곡에서 낙동강을 넘는 경부고속철도다. 이 다리의 경간장은 40m로, 개축이 불가피하다.

 

일부 구간 아파트 3~4층 깊이 파내야

형하고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연구회는 경부운하에 배를 띄우기 위해 한강~낙동강 540km 구간 곳곳에 대형 보를 세워 수심 6m를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집중 호우로 강물이 범람하는 경우를 빼고 보 안의 수위는 평평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한강 하구 용강보~잠실 수중보 구간은 수면의 해발고도가 2.4m, 잠실보~팔당댐 구간은 6.2m, 팔당댐~여주보 구간은 25.0m 등으로 유지된다(그래픽2 참조). 형하고를 계산하려면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도 알아야 한다. 이는 해당 지점에서 직접 실측해야 하는데, <한겨레21>은 연구회를 통해 각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를 입수했다.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와 물 표면의 해발고도는 변하지 않는 ‘상수’다. 다리 상판의 해발고도에서 물 표면의 해발고도를 뺀 수치(형하고)가 11m에 이르지 못하는 다리들은 철거하거나 재시공해야 한다. 그런 다리들은 양근대교·남한강대교·숭선대교·강서낙동강교 등 35개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준설 문제를 보자. 연구회의 안을 보면, 5천t급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운하의 수심이 최소 6m(처음엔 9m라고 제시함)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 한강 하구 용강보에서 잠실 수중보까자 물의 해발고도가 2.4m라면 하천 바닥의 해발고도는 최소 -3.6m 이하여야 한다. 하천 바닥 수심을 실측해 이보다 고도가 높은 지점은 준설 작업 대상지가 된다는 뜻이다. 한강·낙동강의 바닥 수심은 국토해양부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AMIS)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럼, 한강과 낙동강에서 바닥을 파내야 하는 구간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상주시 낙동강 상류 공사 현장.

 

 

한강은 운하 예정 구간 187.3km 가운데 40%인 73.51km 구간을 준설해야 한다. 단순히 몇 cm의 모래를 파내는 곳도 있지만 아파트 3~4층 깊이를 준설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한강 목계대교 부근의 강바닥은 해발고도 51.7m고, 배의 통행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강바닥의 해발고도는 43m다. 준설 깊이는 아파트 3~4층 높이인 8.7m에 이른다. 강바닥을 파내려가다 암반층이 나오면 폭약을 넣어 깨뜨려야 한다. 그런 어마어마한 공사가 인구 1500만 명의 식수원인 한강 73km 구간에서 이어진다. 연구회의 대운하 작업을 주도해온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공학)는 “지질 조사 결과, 깊이 준설해야 하는 구간은 암반이 아닌 모래 퇴적 구간”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은 더 심각하다. 낙동강 280km 가운데 강바닥을 퍼내야 하는 구간은 72.8%인 204.94km다. 구미와 왜관을 지나는 구미대교·남구미대교·왜관대교 지역에서는 아파트 3~4층 높이만큼 강바닥을 긁어내야 한다. 박창근 교수는 “하심이 낮아진 강 쪽으로 지하수가 쏠려 주변 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강·낙동강 주변에 포진한 늪들은 황폐화되고, 지하수를 퍼내 논밭에 물을 대던 농촌에서는 용수난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은 대규모 골재 채취가 진행 중인 구미, 칠곡 등 낙동강 중류에서 이미 관찰되고 있다.  

다리가 준설 구간에 위치하면 다릿발을 지지하는 강바닥을 긁어내기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게 된다. 이런 다리는 모두 66개다. 박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내도 이상이 없는지 철저한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이 발견되는 다리는 보수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다리들은 철거해야 한다. 하나 이상 문제가 발견된 다리는 전체 분석 대상 133개 가운데 62.4%인 83개다.  

다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 말고도 경부운하가 가져올 위험은 많다. 강에 대형 보를 쌓게 되면, 정상적인 물 흐름보다 수위가 높아져 수몰되는 지역이 생기고, 홍수 위험도 커진다. 1998년 국토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경부운하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으로 △문경시 마성면 영강 일부 지역(1.9㎢) △괴산군 연풍면 쌍천 일부 지역(3.1㎢) △증원군 살미면 달천 일부 지역(26.0㎢) 등을 꼽았다. 국토개발연구원의 경부운하 안과 연구회의 안이 달라 수몰 지역은 변할 수 있다.

홍수위 높아지는 곳은 지천도 문제

연구회 안에 따른 수몰 위험 지역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 지역 일부다. 조령산 해발 110m 높이에 길이 21.9km짜리 터널을 뚫는 연구회의 제1안을 따를 경우 경북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진남교반, 삼국시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고모산성 일대가 수몰 위험에 놓인다. 속리산 계곡에 물을 채워 배가 산을 우회하도록 만든 제2안을 따를 경우엔 경북 상주시 내서면·화서면, 문경시 농암면, 속리산 국립공원 일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일대의 광범위한 지역이 수몰을 면할 수 없다.  

 


△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한겨레21>은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답사했다. 충주시에 있는 싯계 보호구역.

 

홍수 위험은 어떨까.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팀은 2007년 10월 대한토목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강 및 낙동강의 내륙 주운 건설에 따른 평수 및 홍수 영향 검토’ 논문에서 운하 건설로 홍수위가 높아지는 곳으로 남한강에서는 여주보 상류(최고 1.18m), 강천보 상류(최고 3.5m) 등 14km, 낙동강에서는 낙단보 상류(최고 4.13m), 사문진보 상류(최고 3.58m), 장암보 상류(최고 3.07m) 등 84km 구간을 꼽았다. 홍수를 막으려면 둑을 더 높게 쌓거나 하천을 더 깊게 굴착해야 한다. 갑자기 닥친 집중 호우로 본류의 수위가 높아지면 지천의 물이 본류로 빠지지 못하고, 오히려 본류가 지천으로 역류한다. 박창근 교수는 “이 경우 홍수는 지천 주변으로 확산되며 이를 막기 위해 지천 주변에도 둑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본류와 지천 제방을 높이고 배수 설비를 갖추는 데 4.8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조원철 교수는 “하상 준설로 홍수위는 운하 건설 이전보다 더 낮아진다”고 맞선다.  

이 밖에도 낙동강과 한강 주변에는 수많은 문화유산과 생태계 보호 구역이 널려 있다. 운하가 예정된 한강·낙동강 주변 500m 안에 국보와 보물 등으로 지정된 문화재만 72점이 있고, 100m 안에는 발굴과 조사를 해야 하는 매장 문화재가 177곳이나 되며, 보호해야 하는 습지보존 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12.3배인 103.408㎢에 이른다. 천연기념물 보호 구역도 255.644㎢로, 여의도 면적의 30.4배나 된다.  

대탐사

▣ 편집자

학자들의 논쟁은 끝이 없었다. 일주일이 멀다고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가 열려도, 엇갈린 주장과 의견이 서로 부딪치며 다듬어져 합의를 빚어내기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다. 토론회에서 주장과 사실과 선동은 구별되지 않았다. 목사 출신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대운하에 비판적인 서울대 교수들을 향해 “운하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사자후를 토해냈고, 찬성 쪽 전문가들은 “배의 스크류가 돌면 수질이 맑아진다”는 허무 개그를 선보였다.  

팽팽하던 여론의 추는 ‘반대’ 쪽으로 중심 이동을 시작했다. 수돗물시민회의가 3월 초 설문조사한 결과는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6명이 대운하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치 빠른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건설을 슬그머니 뺐다.  

<한겨레21>은 대운하를 둘러싸고 난무하는 ‘주장’들 속에서 ‘사실’의 영역을 가려내고, 거기서 도출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정확한 대운하 청사진을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운하를 오가는 배와 콘테이너의 길이·너비·높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의 영역에 있었고, 배를 띄우려면 유지해야 하는 수심과 각 구간 수면의 해발 고도도 정치적 주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 자리한 다리들의 상판 높이나 다릿발 사이 거리 등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겨레21>은 운하에 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으려면 몇 개의 다리를 부수거나 고쳐야 하는지, 몇 ㎞나 하천 바닥을 긁어내야 하는지, 홍수 우려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수몰될 수 있는 지역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추출해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찬성론자들을 난감하게 할 만한 것이다. ‘사실’에 터잡은 찬성론자의 다양한 반론을 기대한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의 착공 시점을 2009년 2월로 못박아둔 게 확인됐다. 보통 3~4년씩 걸리는, 대형 토목 사업에 필요한 각종 평가 절차도 착공 시점에 맞춰 간소화하려 하고 있다. 수많은 수치 조작과 자료 왜곡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법률가들은 대운하를 막기 위한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가 있고, 종교인들은 생명의 가치를 노래하며 한강과 낙동강변을 순례 중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정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다. 대운하를 둘러싼 진정한 싸움은 바야흐로 시작이다.

물은 부처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물은 예수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물은 아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한강·낙동강 상세 지도

한강 구간(187.3km)

한강 하구~서울 도심~팔당댐~두물머리~여주~목계나루~충주시~달천

운하 구간

용강보~잠실수중보~팔당댐~여주보~강천보~충주 조정지댐~충주리프트

경부운하의 첫 번째 구간이다. 서울을 출발한 배는 강의 흐름을 거슬러 상류로 나아간다. 배가 다니는 높이를 맞추기 위해 용강보·여주보·강천보를 새로 만들고 잠실수중보·팔당댐·충주 조정지댐을 개축한다. 운하의 너비는 한강 하류에서 여주보까지는 300m, 그 상류 구간은 200m로 맞추도록 설계돼 있다. 남한강 중·하류에는 56개의 습지가 있고, 이 가운데 11곳의 보전 가치가 높다는 2002년 환경부 조사 결과가 있다. 서울 도심 구간은 1986년 9월 끝난 한강종합개발 사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달천 상류 구간에는 수달이 산다. 수도권 2500만 명의 식수원이다.

 


△ 밤섬 1968년 2월 한강 윤중제 공사 때 폭파된 뒤 버려졌다.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등이 서식하며, 해마다 철새 5천여 마리가 찾는다.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 신륵사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여주보 상류에 위치해 여름 집중호우 때 홍수 위험이 있지만,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쪽에서는 홍수위가 오히려 2.5m 정도 떨어진다고 맞선다. 보물 226호 다층석탑 등 7점의 보물이 밀집돼 있다.

 

 

 


△ 목계대교 주변에 목계나루가 있었지만, 1968년 목계대교가 건설된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10m 가까이 강 바닥을 파내야 한다. ‘하늘은 날더라 구름이 되라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라고 노래했던 신경림의 시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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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낙동강 연결구간(1안 73km, 2안 111.5km)

 

1안 충주 달천~석문동천~오가천~조령터널~문경 조령천~인공수로(진남교반 지역)~영강~낙동강

2안 충주 달천~괴산 칠성면~속리산 국립공원~상주 화북면~이안천~인공수로~북천~병성천

 

 

운하 구간

1안 달천~충주리프트~조령터널~문경리프트~영강~회상보~낙단보

2안 달천갑문~불정갑문~괴산갑문~칠성갑문~괴산리프트1~괴산리프트2~속리산 계곡~화서리프트~내서리프트~상주리프트~낙동강~낙단보

 

 

1안 달천을 따라 숨가쁘게 달려온 바지선들은 달천의 지류인 석문동천~오가천을 따라 충주리프트에 이른다. 배는 리프트를 타고 46.5m를 뛰어올라 조령터널로 진입한다. 조령터널이 뚫리는 조령산 구간은 단층이 불안정한 구간이라는 지적이 있다. 버려진 채 폐허가 된 폐광들도 산재해 있다. 조령천과 낙동강을 잇는 지점에 영남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이 있다. 이 지역은 수몰될 수 있고, 수몰을 피하려면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초대형 고가 수로를 만들어야 한다.

 

2안 2안을 따르면, 속리산의 골짜기를 이루는 괴산과 상주의 광범위한 지역이 수몰된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내부에서도 “토지 보상비와 환경 부담이 너무 크다”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속리산 충청북도 보은·괴산과 경북 상주를 아우르는 구간에 자리잡고 있다. 국보와 천연기념물이 즐비한 법주사를 품고 있다. 1970년3월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연구회의 2안을 따라 운하가 만들어지면 대규모 수몰이 불가피하다.

 

 

 


△ 진남교반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굽이치는 물줄기를 기암괴석과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감싸고 있다. 조령천이 영강을 만나는 두물머리 벼랑에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고모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일부 수몰이 불가피하다.

 

 

 


△ 경천대 낙동강을 굽어보는 옥주봉(163.5m)에 자리해 있다. 낙동강 줄기 중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나 있다. 198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를 얻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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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류 구간(영남 내륙·120km)

상주~의성~김천~구미공단~칠곡~성주~대구~칠곡

 

운하 구간

낙단보~구미보~사문진보~장암보

 

터널을 통과한 배는 영강을 거쳐 낙동강 본류로 향한다. 물이 풍부한 여름을 제외하고 강은 메말라, 하천 주변에는 너른 모래 사장이 펼쳐진다. 영남 내륙을 지나는 낙동강에 배를 띄우려면 강 바닥 거의 전부를 준설해야 한다. 구미 등 일부 구간에서는 준설 깊이가 10m에 이른다.

공단이 밀집한 구미를 지나며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 소하천에서 축산 분뇨가 쏟아져 나오고 논밭에선 질소·인 따위의 비료 성분들이 흘러든다. 영남 내륙 지역에는 구미보와 사문진보 등 두 개의 보가 신설된다. 배가 지나는 강의 너비는 300m로 설계됐다.

 


△ 해평습지 강 주변으로 깨끗한 모래톱이 형성돼 있고, 주변을 버드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와 203호 재두루미가 중간 기착지로 활용한다. 막개발로 많이 파괴됐지만 그나마 원형이 보전되고 있는 드문 철새 도래지다.

 

 

 


△ 구미공단 구미공단을 지나며 낙동강에 오염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1968년부터 98년까지 4단계를 거쳐 확장됐다. 90년 낙동강 페놀사고 이후 낙동강 수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수 처리시설이 확충되고 있다.

 

 

 


△ 내륙 골재 채취 현장 칠곡에서 창녕에 이르는 광범위한 구간에서 골재 채취가 진행 중이다. 모래를 파내면 강의 수심이 낮아져 주변 지하수 체계가 교란된다. 강 주변에 산재한 논밭과 습지들의 황폐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 화원유원지 유원지 꼭대기에 올라서면 구미에서 내려오는 낙동강과 대구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금호강·진천천이 합류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대구 시민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때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0pm을 넘었던 금호강은 2005년 현재 2급수 수준인 4ppm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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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류 구간(160km)

 

창녕~함안~창원~밀양~삼량진~김해~양산~부산

 

운하 구간

 

장암보~낙동강 하구둑

 

 

하류로 나아가며 황강·남강·밀양강·양산천의 도움을 받아 낙동강은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남강을 받아들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암보가 설치돼,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수심을 맞춘다. 밀양강이 낙동강에 섞여드는 삼랑진에서 ‘날 좀 보소’를 신명나게 외치는 밀양 아리랑이 태어났다. 김해의 매리와 양산의 물금에서 부산 사람들의 하루 수돗물 급수량(270만t)의 94%인 256만t을 취수한다. 낙동강이 바다와 만다는 을숙도에는 여객 터미널이 예정돼 있다.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179호다.

△ 도동서원 선조 37년에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강당인 중정당(中正堂)과 사당, 돌담은 보물 350호로 지정돼 있다.

△ 우포늪(람사르협약지정습지 습지보호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8.54㎢)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넓게 형성돼 있다. 국내 최대의 자연 늪으로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1997년 조사에서 342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 매리 취수장 강 건너 물금 취수장과 함께 370만 부산 사람들이 목을 매고 있는 취수원이다. 부산 하루 취수량의 94%인 256만t이 이곳에서 취수된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낙동강 최상류에서 하구언까지 물이 흐르는 시간이 지금보다 6배 길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 을숙도 낙동강 하구에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하중도다. 갈대와 수초가 무성해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이름을 떨쳤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1987년 4월 낙동강 하구언 완공 이후 예전 모습을 잃었다. 운하의 최종 도착지점이다.

 

 

운하 사업자에게 주변 땅 개발권까지

특별법 관련 국토해양부 보고서 단독 입수… 사업 진행에 필요한 검토 절차 파격적으로 단축

 

▣ 길윤형 기자 ▣ 사진 박승화 기자

 

[한반도 대운하-1부 현주소]

 

‘한반도 대운하’(이하 대운하) 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정부는 지금까지 대운하 사업의 추진 상황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4월 총선 이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10년 동안 운하 건설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환경부는 정권 교체 이후 ‘추진’ 쪽으로 말을 갈아탄 지 오래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3월4일 “대운하 건설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고, 전임 내정자의 낙마로 임명이 늦어진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일주일쯤 뒤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국민을 설득할 만한 전문 지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3월10일 건설수자원정책실 산하에 운하지원팀을 만들어 조직 정비까지 마친 상태다.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은 3월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대운하는 물류 개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물류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펼침막을 차에 붙이고 거리로 나온 차들.

 

 

 

다양한 인·허가 ‘통과한 것으로 간주’

 

 

대운하 사업의 핵심은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창 작업 중인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이다. <한겨레21>은 국토부가 정종환 장관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대운하와 관련된 A4용지 5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해 특별법안의 뼈대를 확인했다. 보고서는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운하와 부대시설의 조사·계획·건설 관련 규정 △사업추진 절차의 간소화 규정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 등 사업 추진기구의 구성 근거 △운하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금·부담금 감면 규정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뜯어보면, 하나같이 문제를 안고 있는 내용들이다.

 

먼저, 운하와 부대시설의 건설 관련 규정을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자 지정 원칙’과 공사 설계도라 부를 수 있는 ‘실시계획 수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듯 운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 운하 사업의 첫발은 운하를 만들고 그 위에 배를 띄우는 민간 사업자를 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민자사업은 여러 곳에서 ‘세금 먹는 하마’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온 (주)신공항하이웨이가 대표적이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주식회사’도 ‘하마’로 전락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현재 대운하 사업 참여를 위해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SK건설, 프라임건설 등을 중심으로 대형 컨소시엄을 꾸렸다(현대건설과 프라임건설의 컨소시엄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오간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그가 제출한 사업계획에 따라 운하 건설 예정 지역이 정해진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2007년 11월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를 보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40km 구간에 최소 12개의 화물 터미널이 들어서고 8개의 대형 보가 신설된다. 보가 만들어지만 상류 지역 일부는 수몰되고, 터미널 예정 지역의 땅은 강제 수용된다. 법안에는 토지 수용 기준과 수몰로 고향을 잃게 되는 사람들의 생계 대책도 포함된다.

 

둘째, 사업 추진의 간소화 규정이다. 국토부는 보고서에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 통상의 사업 절차에 따라 추진될 경우 사업 착수까지 3~4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특별법에는 대운하 사업 같은 큰 토목사업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들인 타당성 검토, 사전 환경성 검토,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 문화재 지표·발굴조사,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 등을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의 왜곡과 조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고서가 담고 있는 실행 계획도를 보면, 국토부는 사전 환경성 검토는 올해 5월, 사전 재해영향성 검토는 8월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대로 한다면 몇 년이 걸려도 모자랄 문화재 지표조사는 올해 4월부터 2009년 1월까지 10개월 만에 마치고,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도 올해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끝낸다는 믿기지 않는 계획을 만들어뒀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개발사업은 진행되는 단계마다 법률이 정한 다양한 허가·신고·협의·인가·승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보완되며, 결국 다른 사회적 관심 분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획으로 수정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사업계획이 특별법만 만족하면 골재채취법, 소하천정비법, 농지법, 수도법, 하천법 등 19개 법률 20개 조항이 정한 다양한 인·허가 사항을 ‘의제’(擬制·통과한 것으로 간주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셋째, 대통령 직속 추진기구의 구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라는 별도의 사업 추진기구를 만들어 톡톡히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서울시는 2002년 9월 청계천 사업이 자발적인 시민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 교수, 언론인, 시 공무원 등 각계 인사 118명으로 구성된 시민위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위는 곧 ‘총알받이’로 전락하고 만다. 서울시는 ‘시장 임기 내 공사 완공’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적잖은 무리수를 뒀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그것은 시민위의 결정”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시민위에 참여했던 홍성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서울시의 홀대 속에 파행 운영되던 시민위는 결국 1기 시민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파국을 맞았다”고 말했다.

 

 

“기업도시와 연계해 검토 중”

 

 

마지막으로는 운하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특혜 문제다. 사업 시행자는 최소 16조원에서 수십조원까지로 예상되는 운하 건설 비용을 운하의 ‘통행 수입’과 ‘기타 수입’으로 회수해야 한다. 통행 수입만으로 회수가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운하를 이용할 화물 물동량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결국, 남은 길은 ‘기타 수입’을 파격적으로 높여주는 것밖에 없다.

 

기타 수입을 보장하는 길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운하 주변 개발권이다. 국토부는 보고서의 이 대목에 ‘기업도시와 연계해 검토 중’이라는 짧은 주석을 달았다. 기업도시는 민간 기업이 사업 부지의 50%만 사들이면 나머지 땅은 강제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특혜를 인정하는 개발법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미 폭등해버린 강 주변의 땅을 둘러싸고 건설사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시작되는 셈이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부운하의 착공 시점은 2009년 2월. 한반도 대재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모른다.

 

 

내 공약을 내 공약이라 부르지 못하고…

총선 이슈로 떠오르며 반한나라당 전선까지 살리는 대운하…슬그머니 발 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여당

 

▣ 이태희 기자

 

[한반도 대운하-1부 현주소]

 

“경부 대운하 사업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너무 문제점이 많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 않습니다. 경부 대운하 반대 공약을 맨 앞으로 내세우겠습니다.”

 

통합민주당(민주당)이나 창조한국당의 논평이 아니다. 공천 탈락에 항의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무성 의원이 ‘친박 무소속연대’를 대표해 3월18일 밝힌 첫 정치적 메시지였다.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한반도 대운하의 추진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입니다.”

 

 


△ ‘내 앞길을 막지 마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의원이 3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이재오를 압도하는 문국현

 

 

이 역시도 고진화 의원이 한나라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 내부도 마찬가지다. ‘친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런 사업에 수십조원을 들이는 건 결국 경제가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저뿐만 아니라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운하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운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이들도 공개적인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들이 가장 먼저 ‘대운하 반대’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운하=이명박’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은 “대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라며 “그런데 이 대운하 사업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려와 반대가 많았음에도 당론 결정 없이 대선 공약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이다.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해 가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격해지자, 한나라당은 10월15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대운하 공약에 대한 찬반토론을 통해 당론을 정해보자는 자리였다. 유승민 의원은 이 자리에서 “경부운하 건설을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찬반토론을 거친 뒤 무기명 투표로 당론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에 의해 묵살됐다. 한나라당은 이후 대운하를 사실상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친박계’ 의원들이 대운하 반대를 내세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저항의 뜻을 분명히 하는 의미도 있다. 이번 공천이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을 사실상 ‘제거’하려는 의도였고, 이는 이 대통령의 뜻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 결과다.

 

‘대운하 반대=이명박 반대’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대운하를 중심에 둔 정치연대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3월19일 창조한국당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토를 황폐화하는 경부 대운하 환경 대재앙을 막기 위해 각계각층과 제 정파가 참여하는 ‘경부 대운하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그 다음날인 3월20일 기독교방송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지향점이 같다면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이 모인 ‘친박연대’와도 정치적으로 연대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도 4·9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대운하를 정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대운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계속 밝혀온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고진화 의원이 3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며 ‘대운하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힌 뒤,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운하는, 결과적으로 4·9 총선에서 보수부터 진보까지 ‘대운하 반대’란 하나의 전선으로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를 알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대운하에 대해서는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운하의 파괴력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장은 서울 은평을이다. 이 지역구는 ‘대운하 전도사’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텃밭이다. 이 의원은 지난 1월5일 경북 문경시에서 두 권의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중 한 권은 자신이 대운하 예정지를 직접 자전거로 돌고 쓴 <물길 따라가는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이란 책이었다. 대운하를 업고 ‘제2의 이명박’에 도전하겠다는 뜻이 물씬 배어나왔다. 여기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대운하를 저지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이변이 벌어졌다. 문 대표가 출사표를 낸 뒤 언론사들이 실시한 양자 구도의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이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한국일보>가 3월2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는 송미화 민주당 후보까지 넣은 3자 구도로 지지후보를 물었는데도, 이 의원이 10% 이상의 격차로 문 대표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수도권은 대운하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운하의 출발지가 될 수도권은 건설에서도 운송에서도 직접적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 반면, 대운하로 인해 식수의 질이 나빠질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다.

 

사단법인 ‘수돗물시민회의’가 3월7~8일 전국의 20살 이상 성인 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7.4%였다. 찬성은 39%에 그쳤다. 반대 의견은 30대(65%)의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자(62%)이면서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70.6%)에서 특히 많았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이득 없는 수도권은 반대 강해

 

 

한나라당이 대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에서 뺀다고 정부와 여당이 대운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사공일 위원장도 3월20일 한국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 게 좋다는 정부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총선에서 과반수가 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대운하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장관의 인선을 봤을 때,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추진론자들이 전진 배치된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추진을 뺀 것은 정치적인 도의를 벗어난 행위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공동상임대표는 3월20일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이에 대한 국민적인 심판을 받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호부호형하지 못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내 공약을 내 공약이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 본다.” 심상정 대표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강은 흐르는데 사람들은 메마르네

낙동강·한강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걸어보기… 강에 기대 사는 사람들은 찬반으로 갈려 골만 깊어가

 

 

▣ 글·사진 신정일 문화사학자·‘우리 땅 걷기’ 대표

 

[한반도 대운하- 2부 사람들]

 

영남의 젖줄이고 생명선인 낙동강의 발원지는 강원 태백시 천의봉 너덜샘이다. 강의 길이는 517km고, 하구는 을숙도다. 나는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직접 발로 걸어 책 두 권을 써냈다. 2008년 3월 초, 다시 찾은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구둑 기념탑 앞에서 강물을 바라보자 문득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강은 인간에게 “두려워할 줄을 알라”고 가르친다. 왜관철교 일대의 낙동강.

 

 

 

오염으로 상처 입은 낙동강 사람들

 

 

“강물은 감자를 심지 않네. 목화도 심지 않네. 심는 사람은 잊혀지지만, 유장한 강물은 흘러서 갈 뿐. 유장한 강물은 흘러서 갈 뿐.” 그렇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가 일어서고 쓰려졌지만, 강은 지금도 변함없이 흐르고 흐른다.

 

무심하게 속삭이듯 일렁이는 낙동강을 따라 길은 구포역을 지난다. 그토록 번성했던 구포장도 구포나루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일제 때까지 보부상이 불렀다던 노랫가락이 남아 전할 뿐이다. “낙동강 칠 백리에 배다리 놓고, 물결마다 흐르는 행렬 진 돛단배에, 봄바람 살랑살랑 휘날리는 옷자락. 구포랑 선창가에 갈매기 춤추네.”

이어 도착한 물금나루에는 고기잡이배 몇 척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오래고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연들을 지닌 채 건넜던 물금(勿禁)은 낙동강의 모든 나루가 폐쇄됐던 때에도 살아남았다. 그래서 ‘금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물구미 또는 물금이라고 불리고 있다.

 

장날인데도 물금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식당에 들어가 돼지국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경부운하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가 뭐 관심이 있나. 달갑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대개 반대라. 배가 다닌다고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노.” 사람들은 국밥을 들이켜며 말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터미널이 생기니 좋다고 하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당장 쫓겨날 것인데, 팔십 평생 먹을 것을 누가 준다나. 턱도 없는 일이라.” 그러자 한 사람이 말을 받았다. “며칠 전 페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나. 운하가 완공되면 그런 사고가 안 나는 뾰족한 방법이 뭐 있나? 우리는 식수 때문에도 반대한다카이. 그리고 뭐 실어나를 것이 있기나 하나.”

 

낙동강 사람들 사이에만 통하는 자조 섞인 푸념이 있다. ‘안동 똥물 대구가 먹고, 대구 똥물 부산이 먹는다.’ 산업화 이후 강이 급속도로 오염되면서 강에 젖줄을 댄 낙동강 사람들은 강의 수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사람들의 푸념 섞인 목소리를 두고 강은 산을 휘돌아 물금에서 삼랑진까지 이어진다. 원동역 너머 가야진사(伽倻津祠)와 용당진 나루터가 보이고 강 건너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곳 가야진에 공주 웅진과 함께 신라 사독 중의 하나인 남독이 있었다. 해마다 향촉과 사자를 보내서 장병들의 무운장구를 비는 제사를 지냈으며, 한발이 심할 때는 기우제를 지냈다. 원동역을 뒤로하고 길은 삼랑진으로 이어진다. 그사이 낙동강은 어느새 작원관(酌院關)에 이른다. 작원관은 동래에서 서울로 이어진 영남대로의 중요한 역원이었다. 평소엔 사람과 화물의 검문소였고,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는 군사적 전략지였다. 이곳에서 삼랑진이 멀지 않다.

 

삼랑진 또는 삼랑이라고 부르는 삼랑리는 ‘밀양강과 낙동강이 합하여 마을을 싸고 흘러간다’ 또는 ‘세 갈래의 강물이 부딪쳐서 물결이 거센 곳’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낡은 삼랑진교가 옛 모습 그대로 걸려 있다. 좁은 다리를 자동차들은 행여나 서로 닿을세라 조심스레 지난다. 이곳에 있던 나루가 뒷기미 나루였다. “뒷기미 나리는 눈물의 나리, 임을랑 보내고 나 어찌 살라고 아이고 데고, 성화가 났네.” 노랫가락을 읊조리며 올라간 강변에 수산과 남지 그리고 박진나루가 있다.

 

 

소작농 몰아내는 부재 지주들

 

 

박진대교 아래에 배 두어 척이 매여 있고, 마을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집들은 대부분 비어 있다. 어쩌다 지나는 자동차들. 다시 도착한 곳이 나루가 있던 적포나루다. ‘낙동강 다방’이라고 쓰인 간판이 지나는 나그네를 맞는다. 적포나루 아래로 낙동강은 흐르고 강은 한없이 넓고 잔잔하다.

 

강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 조광조의 스승 김굉필을 모신 도동서원을 지나 고개를 넘자 현풍의 박석진교가 보이고 낙동강은 고령과 대구로 이어진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부근 농경지에는 매실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다년생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몇 년 전 동강댐이 건설된다고 알려지자, 사람들은 댐 주변에 온갖 과실수들을 우후죽순으로 심었던 적이 있다. 그것도 전통이라면 전통일 것이다. 아직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부재 지주들은 소작농들을 몰아내고 일년생 농작물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다년생 과실수들을 심고 있다.

 

성주대교 아래에서 갈대 잎들은 바람에 서걱인다. 여정은 왜관으로 이어진다. 저물어가는 왜관철교 옆에는 ‘낙동강 대운하 건설 운동본부’라고 쓰인 건물이 보인다.

 

구미에 접어들며 날이 어두워졌다.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에서 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실린 글이다. 인재의 곳간인 선산군에 딸린 한적한 시골이었던 구미(龜尾)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5·16이 일어난 지 두해 뒤였고, 1978년에는 선산을 병합해 시로 승격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이곳 구미에서 낙동강 페놀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90년 10월21일이었다. 두산전자 공장 배출구에서 흘러나온 페놀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가정의 수돗물까지 흘러들어갔다. 임산부가 유산하고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구미 시민들은 밤을 새워 약수터에 긴 줄을 만들었다.

 

“구미 지역은 살 만하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고령은 무덤(고분 등 유적) 가지고 못 먹고 사니까 급한기라. 한강 운하는 안 하더라도 낙동강 운하라도 먼저 해라 하는 분위기인기라. 상주나 문경 역시 적극 찬성이고 대구도 마찬가지라 카더라.” 다른 사람이 말을 받았다. “우째 됐든 한반도의 강을 가지고 토목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기라. 우선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정수 문제는 어떻게 되는데. 당장 공사 기간에 식수 문제는 어떻게 할 긴데.” 사람들의 마음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갈수록 그 골이 깊어진다. 일선을 거친 강물은 낙동나루로 이어진다.

 

‘조선조 문물의 유통은 수로를 주로 이용했는데, 세미(稅米)의 경우 영남지방에서는 낙동강을 이용해 상주 낙동진에 모아서 육로로 점촌·문경을 지나고 조령을 넘어 충주 가흥창(可興倉)에 이른 뒤 다시 한강 수로를 이용해 한양으로 운반했다.’ <동국여지승람>이 말하는 것처럼 조선시대만 해도 낙동나루는 낙동강 물길 중 가장 큰 나루였다. 영남 지역 사람들이 서울로 용무를 보러 가거나 과거 보러 갈 때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길목 중 하나였던 낙동나루는 이제 한산하기만 하다.

 

 

새도 넘기 힘들다는 조령

 

 

강을 거슬러 중동면 우물리(于勿里) 토진마을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대운하에 대해 물었다. “강가에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선착장이 들어서면 경제적으로도 좋을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땅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지금 10만원에서 12만원까지 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매매는 안 되지요. 낙동면 사무소 근처에 부동산중개소가 여남은 개가 들어섰지만 매매는 안 돼요.”

 

사람들은 머뭇거리며 말을 잇는다. “그런데 우리 생각이지만 대운하가 되겠습니까? 요즘 농촌에 살아도 멍청이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보고 있어요. 괜히 사람들 바람만 잡아놓고,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낙동강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무개씨의 말이 가슴속에 묘한 여운을 남기는데, 다시 한마디가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저 산 너머 우물리에서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인 유우익씨가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상주의 얼> 기록을 보면, 한반도 대운하를 기획한 유우익씨의 고향인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는 낙동강과 위천이 만나고 솔리산·팔공산·일월산의 기맥이 만나는 이수삼산합국(二水三山合局)의 천하대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우물리에서 만난 노인들에게 대운하에 대해 물었다. “개발하면 좋지 않겠나. 우리들한테도 좋고, 나쁠 것이 뭐 있겠노.” ‘개발=이익’이라는 공식 앞에 눈이 먼 이들이 어찌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한 말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정신이란 모습 속에 있는 것인데, 모습이 이미 같지 않다면 어찌 정신을 전할 수 있겠는가?”

 

여정은 안동으로 향하는 낙동강 본류를 버리고 영강으로 접어든다. 영강이 다시 조령천과 만나는 두물머리의 한쪽 벼랑 끝에 고모산성이 있다. 산성에 올랐을 때 희끗희끗 눈발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아래에 진남교반이 펼쳐져 있다. 불현듯 환상처럼 5천t급 배가 지나는 풍경이 보인다.

 

 


△ 국보 6호인 충주 탑평리 7층석탑에서 남한강은 지척이다.

 

 

천혜의 절경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던 토천과 고모산성을 뒤로하고 문경에 접어들면서 마치 한겨울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 문경은 삼국시대에 고구려·신라·백제 3국이 각축전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였다. 신라 때 백두대간에 제일 먼저 계립령(鷄立嶺)이 개척됐고, 그 뒤를 이어 문경새재가 열렸다. 새재는 한강 유역의 중부권과 낙동강 유역의 영남권을 연결하는 국토의 대동맥 구실을 했다. 조령(새재)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 만큼 험한 고개 또는 억새풀이 많이 우거져 있는 고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문경새재를 넘으면 드디어 한강유역권이다.

 

 

 

장마 때에는 어떻게 대비할까

 

 

 

한강은 강원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에서 514km의 여정을 시작한다. 한 방울씩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실개천이 되고 실개천이 모여 지류를 이룬다. 수많은 지류들이 모여 본류가 되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 강이다. 강은 어머니의 품 안에서 태어나 수많은 과정을 거쳐서 결국 화엄의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의 일생과 비슷하다.

 

삼척·정선·영월·단양·충주를 지나온 남한강은 탄금대 아래에서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을 받아들인다. 조정지댐에 막혀 한껏 부풀어오른 강물은 넘실거리고, 나라의 중앙에 자리잡았다는 탑평리 7층석탑은 국보 6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곳에서 목계나루가 지척이다.

 

목계교에서 바라본 목계나루터에는 고기 잡을 때에나 쓰이는 목선 두 척이 매여 있을 뿐이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 속에 나오는 목계나루는 조선 후기 마포 다음가는 한강의 주요 하항(河港) 중 하나였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목계에는 동·서해의 어물과 산간지방의 산물이 집산되며, 주민들은 모두 장사를 하여 부자가 된다”고 했는데, 지금 목계나루는 목계반점, 목계수퍼 등의 이름으로만 알아볼 수 있는 한적한 마을이 되고 말았다.

 

충주시 목계에서 흥원창이 있는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에 이르는 강은 언제나 봐도 아름답고 아늑하지만 수량은 많지 않다. 저 강을 따라 수많은 뗏목과 물산이 오갔을 것이다. 웬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제방 둑으로 들어서고 여성 네 명에 중년 남성 한 명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내리자마자 손짓을 해가며 하는 말. “저기에 터미널이 들어서고 저기는 상가 예정지입니다.” 나는 중년의 여성을 붙들고 다짜고짜 물었다. “땅 사러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대운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들어야죠.” “이로운 게 뭐지요?” “운하가 만들어지면 다 이롭지요.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도로는 대기오염을 유발하는데, 배가 물류를 실어나르면 대기오염을 안 시키잖아요. 일자리 창출도 되고, 물류비용이 줄어들며, 국가의 7%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산업도 활성화되고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다시 물었다. “안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요?”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지 않을까봐 그게 조금 걸려요.” 선종의 격언에 “물의 가르침을 이해하려거든 그 물을 마셔라”라는 말이 있는데, 콘크리트로 범벅을 하고 5천t급 배가 수시로 떠가는 물, 그 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한다면 저런 말들이 나올까?

 

 

양수리는 햇살에 반짝이는데…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 여주 쪽으로 흘러가는 흥호리에는 조선 전기 강원 원주군 법천리에 설치됐던 조창인 흥원창이 있었지만 그 기능을 잃은 지 너무 오래다. 사람들은 이곳 흥호리 부근을 삼합지점이라고 부른다. 겨울철 강물이 얼면 담배 한 대 피울 참에 강원·경기·충청 3도 땅을 다 밟아볼 수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며, 3도의 물이 한데로 모인다 해서 합수머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남한강은 신륵사 부근을 지나며 여강이라는 이름을 얻은 뒤 양화나루로 이어진다.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에서 여주군 대신면 당산리로 건너던 양화나루터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972년에 큰 장마가 졌을 때 여주군청이 닷새 동안이나 물에 잠겼던 적이 있어요. 여주 밑에 양섬이라는 섬이 있는데, 그 밑이 암반이에요. 그 암반을 어떻게 할는지. 청계천 하나 만들고서 우리 민족의 핏줄인 강을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되지요.” 한 고등학교에 재직하는 선생님의 말이다. 이곳 양화나루 밑에 댐이 들어설 것이란다. 댐이 들어서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여울물도 사라질 것이고 여울물 소리를 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섬강 입구인 홍흥리에서 마재까지 월계탄, 대탄 등 13개의 여울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고작 몇 개만 남아 있다.

 

양화나루에서 만난 사람들은 운하를 찬성하고 있었다. “운하가 들어서면 수변계획이 없어지니까 이 지역이 발전되고 여주가 시가 될 것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운하를 해보지도 않고 나쁘다고 하면 되냐”고 나무란다. 해놓고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양평 양수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붉은 천에 ‘대운하 예정 화물 터미널 설치 관철하자’라고 쓰인 펼침막이 붙어 있다. 펼침막의 주인공은 양서면 해병전우회다. 저마다 추억을 안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데, 양수리에서 강물은 햇살에 반짝이며 부서진다.

 

이곳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이 된다. 두 개의 큰 물길이 만나는 곳이므로 두물머리, 두머리 등으로 불리는 양수리의 옛 이름은 ‘병탄’(幷灘)이었다. 두물머리에서 조선 후기 실학의 집대성자 다산 정약용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냈다.

 

팔당댐을 지나 팔당대교 아래 미사리 부근에서 한강은 마지막으로 여울져 흐른다. 한강 가운데에 모래가 밀려 성을 이루었으므로 미사촌이라 불렸던, 그 아름답던 미사리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고 강 건너 덕소의 아파트 숲은 세상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의연하게 서 있다. 흐름을 멈춘 듯하면서도 흐르는 한강이 구리를 지나 광나루(광진)에 닿는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육군 소장 워커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워커힐호텔 아래에 한양과 경기 광주를 잇던 나루터인 광나루가 있었다.

 

이곳 광나루에서부터의 한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다. 광진·송파진·동작진·용산진·마포진·공암진·조강진이 모두 서울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나루였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기 힘들다. 사라진 것이 어디 그뿐이랴?

 

 

강을 사랑하는 이여, 걸어보라

 

 

조선시대 지도를 보면, 서울의 한강에는 360만 평인 잠실섬, 36만 평인 부리도, 40만 평인 저자섬, 밤섬, 여의도, 난지도 등 여섯 개의 큰 섬이 있었고 드넓은 백사장이 많았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시작된 공유수면 매립과 한강 종합개발의 여파 속에 그 모습이 크게 바뀌였고, 선유도와 밤섬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어나 볼까.” <노들강변>이라는 민요 속에 남아 있는 노량진과 마포나루를 지난 한강은 김포와 고양 일대를 지나며 임진강을 받아들인다. 강 위에 그어진 휴전선을 따라 내려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 한강은 서해 바다로 들어간다. 강물은 이제 곧 바다가 될 것이다.

 

 

지금은 ‘흔전만전 물 쓰듯 한다’는 시대가 아니고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절체절명의 시대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말처럼 강을 자주 보고 느껴야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자연에 복종할 때에만 자연에 명령할 수 있다”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저 한강과 낙동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강은 고요히 말한다. “두려워할 줄 알라”고.

 

 

경제운하가 아니라 정치운하다

낙동강을 삶의 일부로 안고 살아온 부산 시민들… 자세히 모르면서 정치적 입장에 따라 목소리 높여

 

 

▣ 부산=최상원 기자 한겨레 지역부문
▣ 사진 윤운식 기자

 

[한반도 대운하- 2부 사람들]

 

“야야! 이 얘기는 고마하자. 술맛 떨어진다. 이라다 쌈 나겄다.”

 

3월14일 저녁 부산대 앞 술집. 부산대 88학번 동창생 몇몇이 오랜만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소감부터 직장생활의 애환, 자녀교육 문제를 거쳐 내 집 장만의 비법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술자리는 한껏 무르익었다. 이야기 끝에 경부운하로 대표되는 ‘한반도 대운하’ 얘기도 튀어나왔다.

 

 


△ 낙동강 최하류에 있는 부산 사람들은 낙동강 수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산 사람들의 상수도 취수원인 김해 매리 취수장의 모습.

 

 

 

열에 아홉은 “두고 보면 알 것”

 

 

의견은 좀처럼 모아지지 않았다. 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쪽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라고 했고, 반대하는 쪽은 “심각한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결국 한 명이 나서 “이 자리에서 정치, 종교, 운하 얘기는 하지 말자”며 대화를 끊었다.

 

한반도 대운하는 ‘경제 운하’가 아닌 ‘정치 운하’다. 시민 모두가 운하를 알지만, 그 누구도 자세히 모르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런 현상은 적어도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는 4월 초까지 이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산 사람들에게 운하는 단순한 정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산 사람들에게 낙동강은 삶의 일부다. 낙동강 하류 끝에 살며 낙동강 물을 먹고, 강이 만들어내는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공단을 세운다고 할 때마다 강물이 오염될까봐 깜짝깜짝 놀라고, 1990년대 초부터 최근 사고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에 페놀이 흘러들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곤 한다. 그뿐인가. 낙동강 상류에 큰비가 내렸다고 하면, 부산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범람 걱정을 한다. 낙동강의 모든 문제는 결국 부산을 거쳐야 끝이 난다. 부산 사람들이 누구보다 운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렇다고 부산 사람들이 경부운하에 대해 특별히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부산 시민들은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고 그 위에 짐을 실은 배를 띄워 서울과 부산을 오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산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종잡을 수 없다. 누구라도 한마디만 툭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언론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떠들어대지만,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좀처럼 판단할 수 없다. 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은 발견된다. 친이명박 또는 친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은 대체로 경부운하에 찬성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경부운하가 ‘정치 운하’인 까닭이다.

 

“지금까지 같은 돈 내고도 똥물을 걸러서 먹었는데, 운하를 건설하면 낙동강이 맑아져 부산 사람들도 좋은 물을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제도 좀 나아질 것이고요.” 택시기사 김종우(49)씨는 경부운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원하게 답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는 김씨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당연히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 김아무개(27)씨는 “운하를 건설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홍수 통제 기능을 잃어 온갖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손 대대로 골치를 썩거나 아니면 건설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원상복구해야 할 것 아닙니까.” 자신을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밝힌 그는 “지난 대선 때도 그랬고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부산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운하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갈치 시장을 거니는 부산 시민들.

 

 

시민들이 말하는 운하의 장점과 단점은 별개의 지점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운하가 경제를 되살릴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망칠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무용지물·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질 문제에서도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과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인지 정비하는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끝끝내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한다. 열에 아홉은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말로 끝맺음을 한다.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한성대 경남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이분법적으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가 장래를 생각할 때 경부운하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역기능이 있을 것이나, 이 역기능을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준일 경상대 교수(건설공학부)도 “토목 전문가가 입안한 것이 아니라서 건설공학적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한다면 시도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사업”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엇갈리긴 마찬가지

 

 

반면 옥치율 부산대 교수(산업토목학과)는 “당장 개발 측면만을 생각할 때는 긍정적이지만 낙동강 치수와 제방 붕괴 우려 등 장기적으로 볼 때는 곤란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특히 곳곳에 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수단으로서 가장 중요한 속도 경쟁력을 공약에서 제시했던 만큼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과)도 “낙동강 모래를 퍼내 운하 건설비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생태계를 한 방에 파괴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운하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설익은 공약으로 경부운하 문제를 꺼내놓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남환경연합은 “실체도 없고 계획도 없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라고 현재의 경부운하를 정의했다.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미래를 살아갈 자손들을 위한 결정이 될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태로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대통령 스스로 말한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게 될 국민들, 특히 부산 시민들을 더는 현혹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쟁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분명한 것은 운하가 하루빨리 ‘정치 운하’에서 ‘경제 운하’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대참사는 운하 때문이다

자연습지 파괴한 뉴올리언스의 재앙… 태풍이 운하로 바닷물 밀어올리는 현상, 낙동강은 안전한가

 

 

▣ 양영석 루이지애나주립대 허리케인센터 연구조교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선진국 가운데도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자연의 모습을 크게 바꾼 예가 많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미국에서는 ‘개척정신’(Frontier Spirit)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인위적인 자연 개조를 미덕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 하구에 위치한 수상 교통의 요지로, 도시 개발 초기에는 주변보다 높은 미시시피강 자연 제방을 따라 좁고 길게 시가지가 형성됐다. 육상 교통이 발달하기 전인 1840년대에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이라는 자연 수로를 이용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성장했다.

 

 

 


△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다리 상판의 모습. 운하 물줄기를 따라 들이친 해일은 뉴올리언스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사진 AP/ M. SPENCER GREEN)

 

 

폭풍해일의 고속도로 완성?

 

 

도시가 발전할수록 땅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도 폭등했다. 그러나 도시 외곽은 습지였기 때문에 확장이 쉽지 않았다. 1913년 원심 펌프가 발명된 뒤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주변 습지를 간척해 도시를 넓혀나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간척되기 전 습지들은 해발 60~100cm 정도의 고도를 유지했지만, 제방을 쌓아 강과 호수의 범람을 막자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범람 때 물에 실려오던 토사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은데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지반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뉴올리언스의 지반은 간척 이전의 해발 높이보다 평균 60cm 이상 낮아지게 된다.

2005년 여름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태풍 카트리나 대참사는 뉴올리언스의 이런 지형적 특수성과 태풍의 일반적 피해 양상을 결합해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도 당시 대참사의 발생 원인이 인근 습지를 관통하는 운하에 있었다는 것에 주목한 국내 언론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 카트리나 대참사와 운하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었을까. 태풍이 피해를 낳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인데, 첫째는 태풍이 몰고 오는 강풍, 둘째는 동반 폭우, 셋째는 폭풍해일이다. 폭풍해일은 바람이 지속적으로 바닷물을 밀어낸 결과로 생겨난 순간적인 해수 상승을 말한다.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올 경우 밀려든 바닷물은 육지로 넘치게 된다. 2003년 경남 마산 인근을 침수시켜 19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매미도 이런 폭풍해일을 일으켰다. 바로 이 폭풍해일이 문제였다.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5년 초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폭풍해일 컴퓨터 모델을 연구하던 하산 마시리키 박사는 뉴올리언스 인근을 통과하는 두 운하로 인한 바닷물의 유입 효과에 주목했다. 멕시코만 연안 수로(GIWW)와 미시시피강 출구 운하(MRGO)로 불리는 두 운하가 건설되기 전 바닷물은 도시 북쪽 호수로 우회해 범람했으나, 운하 건설 이후엔 접근 거리가 짧아진 뉴올리언스 동편으로 대량 유입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뉴올리언스 동편 습지를 가로지르는 122km 길이의 MRGO(깊이 11m·표면 넓이 200m)는 1964년 완공됐는데, 실제로 1965년 이후 폭풍해일 범람 지역은 그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또 카트리나 당시 GIWW와 MRGO의 합류 지점에서 측정된 유입 수량은 MRGO 건설 이전의 6~7배에 이르렀다. 운하로 생긴 새로운 물길은 해일에 대한 저항력을 낮춰 유속을 3배 이상 증가시켰다. 운하가 내륙으로 몰려드는 폭풍해일의 고속도로가 된 것이다.

 

MRGO가 가져온 또 다른 부정적 효과로 해안 습지의 파괴를 꼽을 수 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을수록 토사 입자를 고정하는 데 유리하며 해일 완충 효과도 높다. 그러나 MRGO는 습지를 관통해 건설됐고, 그 결과 운하 인근 지역과 북쪽 호수에까지 바닷물이 유입됐다. 염도가 높아지자 나무습지(스왐프)가 염분에 강한 초지습지(마시)로 변하면서 해일 완충 효과가 급감했다. 또 선박 통행 때 생기는 파랑 때문에 운하 가장자리의 식물들이 죽고 습지 침식이 가속화됐다. 운하 건설 이전 뉴올리언스는 16km에 달하는 완충 습지를 가지고 있었다. MRGO가 없었다면 최고 4.7m에 달한 해일을 1.3m 정도 낮출 수 있고, 제방 붕괴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으리라 분석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건설한 운하에 복을 가져다주는 신은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고, 오히려 물귀신들만 몰려든 셈이다.

 

 

미국은 ‘불도저 경기부양’ 믿지 않는다

 

 


 

 

 

애초 개발을 주도한 이들은 전형적인 경제 논리를 폈다. 배가 운하를 거치면 바다에서 뉴올리언스에 진·출입하는 거리가 미시시피강을 이용할 때보다 64km 정도 짧아지는데다 홍수나 파도에도 안전하기 때문에, 많은 배들이 통행료를 내고 운하를 이용할 것이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운하 건설과 직접 관련된 일시적 고용과 소득 증대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선박 통행은 많지 않았다. 배들은 지장물과 통행료가 없는 미시시피강을 선호했다. 또 컨테이너 선박이 커지면서 MRGO로는 운항이 불가능해졌다. 1997년에는 뉴올리언스를 출입하는 배 가운데 단 3%(하루 평균 4.8대)만이 MRGO를 경유했고, 오히려 선박 통행을 위한 운하 준설 비용으로 연평균 2200만달러(약 220억원)가 쓰였다. 선박 1척당 운하 관리 비용을 계산하면 무려 1만2657달러(약 1266만원)라는 수치가 나온다.

 

‘개척정신’은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지만, 학문이 발전할수록 자연에 대해 품어왔던 막연한 자신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또 지금까지 자연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게 된다. 뉴올리언스의 사례는 자연 그대로가 가장 효과적인 홍수 대책이자 해안 침식 방지 및 수질 관리 대책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현재 뉴올리언스는 개발 이전 자연의 모습을 모방한 프로젝트에 명운을 걸고 있다. MRGO는 폐쇄됐고, 2009년까지 1350만달러(약 135억원)를 들여 290m 길이의 방조제를 건설할 예정이다. 방조제로 바닷물의 침입을 막은 뒤 미시시피강 물을 끌어들여 MRGO 운하 지역 하류 쪽으로 토사와 민물을 공급하는 ‘습지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홍수를 통해 습지에 토사를 공급하는 자연의 섭리를 모방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몰고 올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의 위험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졸속으로 시작된 ‘플로리다 관통 바지 운하’는 2007년 〈CNN〉이 뽑은 최악의 토목공사 2위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아닌 ‘2차 대전’이었다고 평가한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경기 활성화를 위해 토목공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도롱뇽도 물고기도 사는 원래의 자연환경 자체가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임을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난 뒤 깨달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운하 찬성론자들은 외국 운하에 대한 사실 왜곡과 경제·환경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강과 낙동강을 그대로 이용하고 일부 구간만 연결하는 ‘단순한 물길 잇기’라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주기적인 준설 작업, 누가 하나

 

 

그러나 실제 낙동강 하구의 수심은 2m도 되지 않으며, 배가 다니려면 낙동강과 한강의 전 구간에서 준설과 굴착이 이뤄져야 한다. 홍수 직후에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주기적인 준설을 해야 한다. 특히 태풍의 길목인 낙동강 하구에 물길을 확장하면 폭풍해일이 몰려들어 MRGO 운하의 복사판이 될 수 있다. 경제성은 전무하고 전례 없는 환경 재난을 일으켜 후손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아갈 어리석은 정책은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뉴올리언스 운하를 만든 이들은 당시 해군과 선주, 항만시설 업자 등 나이든 기득권층이었다. 자연 파괴로 인한 환경 변화는 운하 건설 이후 상당한 시차를 두고 축적됐다. 뉴올리언스 운하는 이전 세대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건설된 흉물로, 그 대가를 치른 것은 죄 없는 후손이었다. 참극이 일어났을 때 그 책임자들은 이미 세상을 뜨고 없었다.

 

 

 

 
 

 

플로리다 관통 운하 스캔들

 

 

 

‘국토 개조’ 깃발 든 미국 토건족의 횡포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와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해 7월27일 미국 〈CNN〉은 인터넷판에서 ‘가장 크고, 괴상하고, 쓸모없는 국가 프로젝트 5선’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명단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영예의 2위를 차지한 게 다름 아닌 ‘플로리다 관통 바지 운하’(The Cross Florida Barge Canal)였다.

 


△ 플로리다 운하에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몰려들었다. 끈으로 고정된 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 REUTERS/ MARC SEROTA)

 

 

플로리다 관통 바지 운하 프로젝트는 플로리다반도 북쪽 172km를 횡단해 대서양과 멕시코만의 물길을 연결할 목적으로 1942년 7월 승인됐다. 이로 인한 거리 단축 효과는 805km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연결해 동해와 서해를 잇는 수로 계획 정도로 볼 수 있다. 운하는 깊이 3.7m, 최소 바닥 넓이 45.7m로, 5개 갑문과 3개 댐, 인공 수로 등을 이용해 바지선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경제공황으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요구하던 1930년대에 플로리다의 정치인들은 경제 복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이 운하를 들고 나왔다. 공사는 1935년 예비비를 지원받아 시작됐다. 6천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긴 했지만, 습지와 16㎢에 달하는 숲을 죽여야 했고 1만㎥에 달하는 표토층을 걷어냈으며 원래 이곳의 주인이던 야생 동식물들을 쫓아냈다. 사업은 1년 정도 진행되다가 예산 부족과 수자원 교란 문제를 들고 나온 반대 의견 탓에 잠정 중단됐다. 1930년대에는 이미 내륙 수송의 중심이 배로부터 기차와 트럭으로 넘어간 상태였지만, 찬성론자들은 운하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토목공사를 고집했다.

 

미국 내 토건족들의 로비는 결국 성공해 1942년 미 의회의 공사 재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재착공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4년에야 이뤄졌다. 케네디 대통령이 운하 사업을 재개한 이유도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하다. 선거를 앞두고 플로리다 주민들의 환심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에서처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계산해도 비용 대비 편익이 형편없이 작다는 데 있었다. 토건족들은 곧 ‘국토 개조’(land enhancement)라는 신조어를 들고 나와 사람들을 현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토건족들의 폭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반대로 공사는 1971년 1월 잠정 중단됐고, 그 뒤 20여 년 동안 방치되다가 1990년 11월 28% 정도의 공정률을 보인 상태에서 당시 화폐로 공사비 7천여만달러를 날린 채 공식 사망 선고를 받았다.

 

플로리다 운하와 ‘한반도 대운하’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배가 다니면 스크류가 산소 공급을 하기 때문에 수질이 좋아진다”는 궤변이 통하지 않았고, 그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를 4년 안에 끝낸다는 불도저 대통령도 없었다.

 

 

 

 

   

 

 

새봄 들녘, 갑자기 나타난 양복쟁이들

대운하 여파로 땅값 들썩이는 지역들… 소문 부풀리는 외지인들 때문에 농지 구하기 어려워져

 

▣ 여주·충주=글 김경욱
▣ 사진 류우종 기자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땅 좀 팔고 싶은데….” 3월19일 경기 여주군 대신면의 ㅅ부동산. 담배를 문 김대철(64)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신면 당산리 쪽에 산과 논밭이 6400평(2만1157㎡) 정도 있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현재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씨는 19년 전에 산 이곳의 땅을 150평 정도만 남기고 모두 팔 생각이다. “땅 판 돈으로 남은 땅에 집 짓고 소 키우면서 살려고요.”

 

 

4만~5만원 땅이 20만원까지

 

 

김씨가 소유한 당산리 땅 남서쪽으로는 남한강이 흐른다. ‘한반도 대운하’(이하 대운하)가 만들어지면 여주 가산리에 대형 화물 터미널이 들어서는데, 당산리는 가산리와 잇닿은 하류 지역이다.

 

 


△ 한반도대운하 계획으로 여주·충주 등 여객·화물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지 주변 땅값은 호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사진은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2리.

 

 

지난해 말 가산리가 대운하 화물 터미널 예정지라고 알려지면서 김씨는 하루에 50통이 넘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땅을 팔아주겠다는 기획 부동산 업자들이었다. 김씨는 “하도 전화에 시달려 거의 한 달은 휴대전화를 꺼놓고 살았다”고 말했다.

 

대운하 계획의 여파로 여주 지역 땅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이미 구문에 속한다. 국토해양부의 올해 1월치 지가변동률 자료를 보면, 여주군의 땅값 상승률은 0.685%를 기록했다. 최근 주상복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서울 용산, 뚝섬과 가까운 성동구, 인천 남구, 역시 대운하 영향 지역인 경기 남양주시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았다.

 

여주군의 지난해 월별 지가변동률은 0.1%대에서 0.4%대를 오가다가 12월에 이르러 0.712%를 기록한다. 12월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산리의 땅값은 호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호가만 올랐을 뿐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ㅅ부동산을 운영하는 현상천(54)씨는 “대운하 발표 이후 가산리를 중심으로 3.3m²(1평)에 10만원 하던 땅이 20만~25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땅값이 오르자 더 오르리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땅을 팔려는 사람은 없고, 이미 땅을 내놨던 사람들마저도 매물을 거두고 있다.

 

이날 땅을 팔러 온 김씨는 “아직 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다, 특별한 벌이가 없어 땅을 처분할 생각이다. 그는 “1평에 20만~25만원에 팔아주겠다고 전화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양도세가 높으니 그 이상이면 좋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외지인인 경우 양도 차익의 최대 66%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대신면 가산리와 함께 여객·화물 복합터미널 예정지로 거론되는 점동면 삼합리도 땅값이 크게 올랐다. 삼합2리 백왕현(49) 이장은 “매일 외지 사람들이 땅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1평에 10만원 하던 땅이 요즘에는 20만원까지 올랐다.

 

이렇듯 땅값을 올리는 것은 외지 사람들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땅을 파는 것은 곧 실직을 뜻한다. 백 이장은 “그래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운하에 관심이 높다”며 “마을에도 개발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합리는 경기·강원·충북 3개 도의 경계에 있는 지역으로, 남한강·섬강·청미천 세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이다. 복합터미널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이날 오후 1시, 백 이장과 마을 주민 4명은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여주군민회관으로 향했다. 여주 한반도대운하추진운동본부에서 주최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지지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군민회관 곳곳에는 ‘한반도 대운하 국운 융성의 길’ ‘한반도 대운하 여주의 희망’ 등의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결의대회는 대운하 건설 홍보 영상을 시작으로 이명환 여주군의회 의장 등의 축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의 강연으로 이어졌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여주 군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에 참석한 최석용(79)씨는 “대운하 때문에 강가에서 1km 떨어진 지역까지 땅값이 들썩인다”고 말했다. “나처럼 강가에 사는 사람이야 운하가 생기면 좋지. 안 그렇겠어?”

 

 


△ 3월19일 여주군민회관에서는 여주 한반도대운하추진운동본부에서 주최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지지 결의대회’열렸다.

 

 

충북 충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주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와 한강과 금강을 잇는 충청운하가 갈라지는 곳이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해상교통의 요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도시는 한껏 들떠 있었다. 특히 화물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가금면 장천리와 가흥리 땅값은 폭등한 지 오래다.

 

호가는 4배 이상 올랐다. ㄱ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백승용(57)씨는 “지난해 평당 시세가 4만~5만원 하던 땅이 올해 들어 2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공군사격장이 있는 장천리와 가흥리 일대는 대부분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이고 강폭이 1km를 넘어 배들이 오가기에 편하다. 땅값이 치솟자 주민들은 “대통령 취임식 이후로는 평당 20만원 아래로는 팔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오른 것은 역시 호가뿐이다. 백씨는 “땅 주인들이 무리하게 값을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는 땅을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세대로 평당 20만원씩 주고 샀다가 땅이 수용되면 6만~7만원의 보상금만 받고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에 대운하 사업은 중간에 좌초될 수도 있다. 그는 “외지인들과 기획 부동산 업자들이 대운하와 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으로 주민들 마음만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땅값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에게 뜻하지 않은 고민들을 던져준다. 농사용 땅을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엄정면 목계리의 김낙진(49)씨는 “농사지으려고 땅을 사고 싶어도 두세 달 만에 턱없이 비싸져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작농들도 마찬가지다. 땅값이 오르면서 토지 대여료도 올랐다. 주민들이 단무지용 무를 재배하는 목계리와 장천리 일대 토지 대여료는 지난해 평당 1천원에서 1500원 사이를 오갔지만 올해 3천~4천원으로 뛰었다. 목계리 이장인 강광남(57)씨는 “마을 땅 70% 이상을 서울 등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어서 땅값이 뛰고 대운하가 건설된다 해도 주민들이 좋아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강 이장은 “쓸데없이 땅값만 높아져 외지인 땅을 빌려 농사짓는 주민들만 더 힘들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려면 두 강을 가로막는 조령산에 터널을 뚫어야 한다. 이 터널의 남한강 쪽 입구에 살미면 토계리가 있다. 35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이 담배 농사를 짓거나 소를 키우며 산다. 3월18일 마을은 매캐한 연기로 덮여 있었다. 봄을 맞아 담배를 심기 위해 겨우내 어지러워진 밭에 불을 피우는 중이라고 했다.

 

 

토지 대여료도 껑충 뛰어

 

 

 

유천규(53) 이장은 갈퀴로 밭이랑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평소 외지인들이 잘 드나들지 않았는데, 올해 1월부터는 양복 입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운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터미널이나 선착장이 생긴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죠.” 유 이장은 “땅값이 두 배 올랐다고 하지만, 평생을 이 땅에서 먹고산 사람들이 땅을 팔고 어디로 가겠냐”며 혀를 찼다. 그는 치솟은 땅값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생겨날 불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해는 산 너머로 지고 마을은 여전히 희뿌연 연기에 휘감겨 있었다. 소를 먹이기 위해 콩비지를 끓이던 유기철(71)씨는 집으로 날아온 우편물을 펼쳐 보였다. ‘충주는 항구다.’ 4·9 총선에서 이 지역구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홍보 책자였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 압니까. 나라에서 하면 그대로 따라야지요.” 유씨가 말했다.

 

 

거대 프로젝트, 그 요염한 뻥튀기

세계 교통 관련 사업 분석해보니… 비용 적게 평가되고 예상 편익 크게 평가되는 정보 왜곡 현상

 

▣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한반도 대운하’와 유사한 거대 기반시설 프로젝트(철도, 도로, 항만, 터널, 댐, 대형 경기장 등)들이 과거에 어떤 식으로 입안되고 계획되고 실행됐는지를 살펴 교훈을 얻는 것도 대운하의 타당성을 따지는 한 방법이다. 마침 이런 비교 검토를 하기에 적합한 연구 성과가 최근에 나와 있다.

 

 

10건 중 9건 비용 초과

 

 

덴마크 올보르대학의 벤트 플뤼브예르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세계에서 1927∼98년에 완료된 총 258건의 대형 프로젝트(교량, 터널, 고가도로, 고속도로, 고속철, 도시철도 등)를 분석해, 계획 단계에서 예상된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완공 뒤 과연 얼마나 들어맞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계획 단계에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실제보다 적게 평가되고 그로부터 얻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은 크게 평가되는 체계적인 정보 왜곡 현상이 드러났다.

 

 

 


△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 공사 당시 건설비 80%, 금융 조달 140%의 초과지출이 발생했다.(사진/ REUTERS/ PASCAL ROSSIGNOL)

 

 

연구 결과를 보면, 프로젝트 10건 중 9건에서 실제 비용이 애초 예상한 금액을 초과했고, 이런 초과지출은 5개 대륙에 걸친 20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으며, 이런 문제점은 조사 대상 기간인 70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 평균적으로 볼 때 철도는 44.7%, 교량과 터널은 33.8%, 도로는 20.4%의 초과지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의 편익을 지나치게 크게 평가하는 경향도 마찬가지였다. 단적인 예가 완공 시점의 교통 수요 예측에서 드러나는데, 철도 프로젝트의 경우 10건 중 8건, 도로 프로젝트의 경우 절반가량이 애초의 수요 예측이 20% 이상 빗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편익의 과대평가 역시 5개 대륙에 걸친 14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기간인 30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빅 딕’(Big Dig)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공학의 신기원’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미국 보스턴시의 ‘중앙간선도로·터널 프로젝트’는 비용이 275% 초과지출돼 110억달러가 추가로 들었다. 개통 이후에도 부실공사로 인해 추가 지출이 잇따랐고, 보스턴시 정부가 초과지출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건설업체를 고소함으로써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미국 덴버시 국제공항 건설에는 애초 5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었고,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 공사에도 건설비는 80%, 금융 조달에는 140%의 초과지출이 발생했다. 타이 방콕시가 20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도시철도 시스템 스카이트레인은 이용객 수가 애초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쳐 거대한 역사들이 텅텅 비고 객차들이 차고에서 잠자는 웃지 못할 사태가 빚어졌다. 덴버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와 코펜하겐 지하철, 샤넬터널 등도 모두 과장된 수요 예측으로 피해를 입었다.

 

 

국가 재정에 심각한 영향 끼치기도

 

 

이처럼 잘못된 비용 산출과 수요 예측은 많은 경우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고, 규모가 거대한 일부 사례들에서는 해당 지자체나 국가가 재정적 곤란을 겪는 사태로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경기장 건설 비용이 10억달러 이상 초과지출된 그리스는 국가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받았고, 총 200억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1998년 문을 연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은 수요 예측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홍콩 정부에 심각한 재정난을 안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비용 과소평가와 편익 과대평가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플뤼브예르그 교수팀은 정치권이나 개발업자들의 압력에 따른 ‘노골적인 거짓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계획 단계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정치권과 개발업자의 요구에 맞춰 예측치를 수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프로젝트는 ‘최상의 계획’이 아니라 ‘서류상 최상으로 보이는 계획’이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서류상 최상으로 보이는 계획’은 ‘비용을 가장 많이 과소평가하고 편익을 가장 많이 과대평가한 계획’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실제로는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최악의 프로젝트가 선정되는 역설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이곳은 토건국가의 막장

목사가 서울대 교수들의 비전문성을 성토하는 세상…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숙고하게 만들어

 

▣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에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운하’에 대한 비판을 가리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반대”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이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도 대단히 진지한 진보적 사회학자가 아니었는가? 이제는 그 기억조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는가?

 

 


△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왜 토론하지 못하는가

 

 

지난 1월31일 서울대 토론회가 열린 뒤 추부길 목사(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운하’에 대한 비판을 가리켜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반대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도대체 누가 비전문가인가를 따지는 성명을 발표했다. 목사가 비전문가인가, 경제학자와 생태학자와 토목학자와 사회학자가 비전문가인가? 목사가 전문가 행세를 하며 전문가들을 매도하는 희한한 상황은 ‘이명박 운하’의 문제를 여실히 증명해줄 따름이다. 대통령이 자기의 본분을 다하려면 목사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나라는 ‘기독 독재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이명박 대통령 쪽에서는 전문가 운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술로 삼고 있는 듯하다. 위장전입 등의 심각한 문제 때문에 겨우 장관이 될 수 있었던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과연 이 사람이 환경부 장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을 계속했다. 그 좋은 예로 “서울대 교수들이 전문적 지식이 없어서 운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주 지역 선대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환경부 장관이 되어서는 운하 계획을 일방적으로 칭송하는 것도 모자라 서울대 교수들을 비전문가로 몰아붙인 것이다. 정말이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해 이 장관의 문제를 지적하며 제시했듯이, 이 장관은 즉각 공개 토론회을 열어 과연 누가 옳은가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 장관의 주장대로 운하 계획에 대한 반대를 천명한 381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무식하다면, 서울대는 물론이거니와 교육과학기술부 자체가 전면적 감사와 문책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이 장관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이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일방적인 매도는 ‘이명박 운하’의 문제를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다.

 

‘이명박 운하’의 문제는 너무나 많다. 토목학자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애당초 ‘이명박 운하’는 건설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그나마 계획이라고 봐줄 만한 것은 ‘이명박 운하’ 중에서 ‘경부운하’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질, 지형, 수리, 기후 등의 자연적 조건을 올바로 감안했을 때, 건설할 수 없는 황당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한양대 홍종호 교수와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운하를 물류나 관광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의 허구성을 낱낱이 밝혔다. 여기서 나아가 물류경제학자인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운하의 경제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고려대 경제학 교수 출신)에 대해 엉터리 논문으로 ‘곡학아세’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생태학자인 서울대 김정욱 교수는 운하 건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소중한 국토를 완전히 파괴하는 최악의 반환경적 사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하 건설은 지역의 자연을 파괴하고, 따라서 지역의 문화와 사회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운하 건설은 재정 파탄과 국가 파괴라는 최악의 상태로 귀결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마땅히 다른 자료를 제시해서 반박하고 국민 앞에서 토론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토론을 거부하면서 비전문가 운운하는 망발을 계속하는 것인가? 반민주적 매도 전술로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은 비판을 반박할 어떤 자료도 없는 것이 아닌가?

 

 


△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대운하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잦은 말실수로 비난을 받았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기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왜 이렇게 운하 계획을 강행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이명박 정권이 건설업의 고성장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하는 한국의 건설업은 병적으로 비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 정도밖에 안 된다. 둘째, 개발과 투기에 대한 기대에 사로잡힌 많은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명백한 ‘망국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운하’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병적으로 비대한 건설업의 문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운하’는 토건국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토건국가는 “병적으로 비대한 건설업의 유지를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 건설사업을 끊임없이 강행해 재정 파탄과 국토 파괴를 초래하는 기형국가”를 뜻한다.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가 그 기초를 닦은 토건국가는 진작에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져야 했으나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확대재생산됐다. 그리고 마침내 소중한 식수원인 강을 모두 죽여서 운하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마저 강행되기에 이르렀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도시에서 제한 급수를 해야 할 것이며, 또한 모든 지역에서 홍수의 위험이 극도로 커질 것이다.

 

 

총선 압승 뒤 특별법 제정?

 

 

‘이명박 운하’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숙고하게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운하 공약이 슬며시 뒤로 감춰졌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다시 총선에서도 운하 공약을 뒤로 감추겠다고 한다. 그리고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일사천리로 운하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경제, 환경, 문화 그리고 심지어 생명의 면에서까지 위험을 극단화할 건설 계획을 투명한 토론과 합의를 통하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 거부일 뿐이다. 새로운 개발독재의 시대가 공공연히 천명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식경제·문화경제·생태경제·복지경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토건국가의 강화가 아니라 해체가 ‘진정한 선진화’의 과제다. 경제·환경·문화·생명을 모조리 파괴할 운하 계획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그것이 안고 있는 숱한 문제들은 이미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가 철저히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 381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천 명을 훨씬 넘는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과 양심을 걸고 운하 반대를 공표했다. 아무리 여러 지역에서 개발과 투기를 부추겨 운하 계획을 강행하려 해도 결코 문제를 은폐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는 비실용적이고 무능할뿐더러 부도덕하다는 비판까지 받게 될 뿐이다.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대운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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