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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땅 온고을 마실

ksanss@hanmail.net 2018. 7. 24. 16:37

축복의 땅 온고을(전주마실

 

 

온고을이라 햇던가?

비사벌이라 했던가?

 

어머니가 애기를 엎은

미륵신앙 본향 큰 뫼 모악산을 끼고

 

남으로 고덕산,

동쪽의 남고산, 완산칠봉,

북쪽 건지산,

서쪽 다가산이

전주를 아우른다.

 

갑오년 황토현 검붉은 동학농민의 함성과

노도와 같은 한바탕 격전 속 승리의 외침을

그때의 풍남문이 반긴다.

 

노령산맥 꼬리에

고산천, 소양천이 올라 타

큰가람 만경강으로 흘러

김제 만경평야로 에우른다.

 

湖南第一門

삼한시대 마한부터

백제시절 비사벌로 완산주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사계들을 다 보아왔을

여기 텃골 전주에는

아직도 아련한

천년 역사가 고른 숨을 쉬고 있다.

 

한옥마을 실터를 지나

탁 트인 오목대에 오르니

그날의 승전보 기쁨의 포효에도

그때는 결코

왕이 될 줄 몰랐으리

 

6백년이 더 흘러

경기전에 와보니

지금에야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만나 國事를 논의한다.

 

순교의 뜻 기린

아름다운 전동성당 돌 십자가를 한바퀴 돌고서야

우리나라 천주교 최초 순교자(윤지충, 권상연)의 한맺힌 사형터임을 알고

뜬금없는 평화를 빌어본다.

 

풍패지관(豐沛之館)에서 옛 사신들과 어울리고

꼬리별(혜성) 처럼

미친 듯이

미친 듯이

천년 본향

전주 동헌 풍락헌(豐樂軒) 마당에서 한판 노닐어 볼거나

 

견훤이 쌓았다는 남고산성 오르고

시끌벅적한 전주 난장에

동짓날 대사습놀이 광대놀이와

대동굿 흥이 오르면

 

아낙의 볼우물(보조개)처럼

발림과 아니리가 어우러져

추임새로 화답하며 모두가 광대가 된다.

 

어느덧

작은 소반상에

땟깔좋은 양념으로 골고루 버무려진

먹음직한 비빔밥 넣고

날 샌날엔 따끈한 모주 한잔과

시원하고 맵시한

콩나물국밥 걸식들리게 들이킨다.

 

귀하고 반가웁기만 한

덕진의 연꽃

스스로의 열기를 견디지 못할 쯤

진흙속 뿌리내린 연꽃이 만개하고

그 자리 맴도는 잠자리 떼와

물위 파란 하늘이 눈부시고

연꽃만을 향한 마음으로 시선을 모으니

온전히 기쁨이다.

 

전주는 뒤란의 아름다운 꽃밭이다.

전주는 해거름녁  은은하고 품격있는 마음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전주는 축복의 땅이다.





* 큰가람 : 큰강

* 에우른다 : 딴길로 돌리다

* 실터 : 집과 집사이의 빈터

 * 풍패지관(豐沛之館) : 구) 전주객사

* 뒤란 : 집 뒤에 울타리안

* 해거름 :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