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투명인간
어느 하늘아래
보이지 않는 곳
가장 낮은 자리에 있다.
고개를 숙여
얼굴은 가리고
나지막이
언제나처럼
이른 새벽 4시 첫차에 몸을 싣는다
버스타는 사람들
이름은 모르지만
다 아는 사람이다.
거의 새로운 사람이 타는일은 없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타고 있다.
모두가 투명인간이다.
새벽녘 버스안에는
50, 60대 아주머니들이 항상으로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말이 졸고 있지
두 세정거장 지나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가운데 통로에 한명 한명
자리를 깔고 앉아 졸음에 겨워한다.
매일 매일 첫 차의 일상이다.
추운 겨울 날
바쁘게 움직여 한참이나 걸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반장에게 출근도장부터 찍는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이며 새롭지 않은 하루를 연다.
그저
묵묵히
먼저 변기청소부터
휴지조각 큰 봉다리에 담아내고
사무실 쓰레기통 정리를 마친다.
대리석 복도 물걸레와 사무실 물걸레가 거의 끝나갈 즈음
이때쯤이면
바지런한 직원들 출근을 시작하면
부리나케 지하 한켠으로 피신한다.
비좁은 지하 돗자리 바닥에는
모두가 가져온
어제 저녁에 마련한 반찬을 골고루 나누고
그제서야 새벽 허기진 배 채우고 노닥인다.
여기도 조직이라
반장에게 밉보이면 직장을 잃게 되는 두려움에
언제나 ‘갑’이 아닌 ‘을’로 살아간다
이분들의 이름은 아주머니이다.
그냥 청소원 미화원일뿐이다.
한달에 85만원이나 주는
이 좋은 직장 짤릴까봐 항상 예민하다.
누가 이 사람들을 알겠는가
누가 이 사람 곁에 있었는가
누구의 어머니인 아주머니들은
오늘도 힘없이 머리숙일 뿐이다.
더 살기 팍팍해진
그래서
나를 내려놓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름도 잊고
체면도 잊고 사는 사람들
그래서
이 깨끗한 빌딩 사무실에는
당연히
항상 이렇게 깨끗해져 있어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항상 타인의 삶인체로 무관심이다.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세상을 살아간다.
존재하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냥 투명인간이다.
ps)고 노회찬 의원님의 감동어린 연설 요약이다. 평생 일관된 삶을 살아오신 고인에게는 사후에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줄 몰랐으리라.
아깝고 아까운 님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