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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토담집을 짓는사람들

ksanss@hanmail.net 2006. 6. 23. 22:19
우연한 기회에 장흥에 자리잡은 홍명도, 이상철씨 부부는

20평 규모의 아담한 토담집을 지어서 얼마 전 이사를 마쳤다.
몇 해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에게 빌린 낡은 창고를 개조한 집이 그들의 첫번째 전원주택.

이번에 지은 토담집은 강원도에서 벌채한 소나무와 양평과 장흥에서 난 황토

지리산 청학동에서 가져온 산죽(대나무)이 주자재로 쓰인 만큼

신토불이 주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지 위에 ㄱ자형으로 앉힌 집의 첫느낌은 옛스러움 그 자체

마치 단아한 전통주택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옛집에서

느낄 수 없는 생활의 편리함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통방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동안 잘못 인식되어 온 흙집을

새롭게 재해석하였다. 목수가 손수 깎아서 다듬은 통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볏짚을 섞은 흙으로 벽체를 마무리한 집의 내부와 외부는

한 가지 느낌으로 일치하고 있어 안정적이다.

 

실내는 2개의 방과 거실, 부엌, 욕실로 구성되어 있다.

거실과 부엌은 바닥 높이를 달리해 평범한 구조에 변화를 주도록 했고

각 방의 바닥은 황토로 마감하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거실과 부엌은

쉽게 갈라지는 황토바닥이 적당치 않다고 판단, 일반적인 방법으로 시공하였다.

 

 

그림1. 본채와 창고로 구성된 흙집 전경. 옹이가 드러난 목재와

산죽(산대나무)의 만남이 산 속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경기도 북부에 자리한 장흥의 온능역 주변의 오솔길 끝자락에 위치한

‘토담집을 짓는 사람들’의 홍명도 사장과 도예가인 그의 아내 이상철 씨의 토담집이다.

애초에는 귀농을 하기위해 준비를 하던 차에 잠시 거처할 곳으로 지어진 집인데,

이곳에서의 생활도 벌써 3년을 훌쩍 넘었다.

당장 외부에서부터 기둥에 달아둔 채송화가 심어진 고무신과 찻잔, 들꽃이 담긴 항아리

산죽에 매달린 풍경 등이 정겹게 다가온다.

홍명도 사장은 강원도 산골에서 자연과 동화된 화전민들이 살던 귀틀집

흙으로 만든 토담집, 참나무 껍질로 만든 굴피집 등 꾸밈없는 무지렁이 집들을 보고

이에 매료되어 무작정 나무와 흙일을 몸으로 부딪쳐 배워 흙집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2. 오래된 옛집에서 뜯어온 고재로 창틀을 만들어 한결 정겨움이 넘치는

집 주변엔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비싸게 구입한 물건보다 오래된 것에

애착이 간다는 건축주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담틀공법의 관건은 양질의 흙
강원도에서 벌채한 소나무와 양평, 장흥 등지에서 난 흙으로 벽을 바르고

다른 집을 지어주다가 남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가져온 산죽(대나무)을

지붕에 올려 마감한 만큼 토속적인 미가 물씬 풍긴다.

 

 

그림3. 옥외공간인 데크는 거실, 식당 등 내부 어느 한 공간과

이어져 있는 게 일반적인 모습. 건축주는 데크 의미보다

평상이나 툇마루의 느낌을 살려 표현하였다.


평면은 ㄱ자형을 이루는데, 실내는 2개의 방과 거실, 식당을 겸할 수 있는 주방,

그리고 타일로 마감한 욕실로 구성되었다.

독특하게 주방은 거실에 비해 단의 차이를 두어 자칫 단순해 질 수 있는

내부공간에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다.

주방은 나무로 만든 싱크대와 벽면 가득 짜 넣은 선반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거실에는 역시 흙으로 다져 만든 벽난로를 두었고

떡판을 가운데 두어 찻상으로 활용하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수집했다는 각종 향토적인 소품들이 흙집의 운치를 돋운다.

 

 

그림4. 이 집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창고는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낡은 시멘트 건물이었다. 없애지 않고 시멘트벽 위에 흙을 바르고

지붕에 산죽을 엮어 올려놓으니 그럴듯한 토담집이 탄생되었다.
그림5. 대문이 없다보니 굳이 외부와 앞마당을 경계지을 필요가 없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주인의 마음을 담아 두 개의 석등으로 현관 앞을 꾸몄다.

 

현대로 치면 콘크리트의 거푸집에 해당하는 담틀을 이용하여

그 틀에 황토를 채워나가면서 다진다.

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하나의 거푸집으로 벽 하나 전체를 만들지만

토담은 아래에서부터 20㎝정도씩 단계적으로 올라가면서 벽을 형성한다.

이렇게 담틀로 벽을 만들 때는 흙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담틀에 사용하는 흙은 물기가 없는 뽀송뽀송한 느낌을 주는 흙이 좋다고 한다.

흙을 2~3일 정도 두면 겉은 마르고 속은 약간의 습기가 남는데

이렇게 마른 안쪽의 흙이 적당하다.

이렇게 형성된 벽은 비를 맞아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

하지만 담틀은 많은 노동력을 요하는 만큼 기술력과 손이 많이 가는 공법이다.

 

 

 

그림6. 흙으로 만든 벽난로가 눈에 띄는 거실은 떡판을 가운데 놓고

찻상(테이블)으로 쓰며 뒤주, 호롱불, 다듬이돌 등 옛사람의 손때가 묻어있는

세간을 보기 좋게 진열해 두었다.

그림7. 망태기, 체, 광주리 등이 벽에 걸려있는 현관 모습이 마치 시골 농가에 들어선 듯하다.

 

토담집에에 안성맞춤인 소품들
어색하지 않아 마치 흙집과 하나인 양 자연스럽게 어울러지는 소품들

각종 도기들, 풍경, 짚으로 만든 곤충 등 질박한 모양에 토속적인 질감을 가져

흙집의 분위기를 한결 운치있게 돋워준다.

이처럼 흙집에는 역시 토속적인 이미지의 소품이 제격인가 보다.


 

 

그림8. 나무로 만든 싱크대와 벽면 가득 짜넣은 선반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엌은

저렴하게 연출한 공간이다.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대접하느라 마련한 각종 그릇은

사용하기 쉽도록 오픈시키고 창 밖엔 광목을 댄 들창을 달았다.
그림9. 도자기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 소박하게 꾸민 거실 창가.

자연 모습을 그린 광목 커튼과 대나무를 깎아 만든 커튼봉이 잘 어울린다.

 

애초에 특별한 계산없이 지은 집이기에 장식도 꾸밈없이 그저 보기 좋게 손닿는 대로 두었다.

왠지 심심할 것 같은 곳이 보이면 ‘척’하니 손에 닿는 것 하나 걸어 놓아 꾸민 집.

하지만 어질러 보이거나 어설픈 구석은 하나 없고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흙집을 배경으로 오래 써서 낡고 손맛이 깃든 소품들이

적당히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완벽하고 치밀한 장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모이는 소박한 성격의 홍명도씨 부부는

장식적인 요소가 필요없는 흙집을 좋아한다.

아무리 피곤한 몸도 황토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가뿐해 진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흙집건축. 그 관심이 이제는 직업으로 발전하였다.

돈벌이보다는 제대로 된 집을 짓겠다는 생각에 여러 채의 흙집을 무리해서 짓지 않는

그는 한 집이 끝나면 그 다음 집을 짓기 위해 이동하는 생활에 만족해 한다.

이곳에서 두 번의 겨울을 지내면서 터득한 전원생활은

항상 이웃을 향해 문을 열어놓고 살아야 한다는 것.

다행히 10여 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마을엔 건축주의 말벗이 될만한 이웃이 많다.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되는 구파발역까지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

서울 생활권인 탓에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한적하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채송화가 심어진 고무신과 찻잔, 들꽃이 가득 담긴 항아리로

뜰과 데크를 장식하였고 거실 창가엔 클로버를 꽂아두는 등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 집의 안주인, 이상철씨이다.

이처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씨의 센스 역시 전원생활에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토담집을 짓는 사람들" 031-826-7918

출처 : 나 살던 고향
글쓴이 : 최민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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