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 따라잡기-용어와 절차 |
|
|
|
“건축사님, 집 한 채만 더 지으면 정말 확실히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나름대로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한 건축주의 하소연이다. 설계자인 내가 감히, 좋은 건축주였다고 얘기할 수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아쉬운 점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평생 몇 번씩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레고 마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쉽게 부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도 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하기야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만날 설계만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도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심지어는 그런 건물 앞을 지나가는 게 싫어서 일부러 돌아가기조차 하니 말이다.
또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웬 법(건축법)이 그리도 까다롭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로부터 건축이 곧 우리생활의 일부로 가깝게 존재해 왔는데도 너무들 어렵게 접근하는 것이 비단 까다로운 건축법 때문만은 아니라 너무나 공공연히 이루어져 오던 관행대로만 생각해 모두의 생각이 멈춰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까운 내 이웃부터 점차적인 계몽이 필요하다고 생각함에도 그런 기회를 만들기가 좀체 쉽지 않다.
|
 |
|
|
|
| 건축을 하겠다고 계획하는 일반인들에게는 모른다는 것이 건축을 더욱 어렵게만 느끼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소규모건축의 경우, 건축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간단한 길 안내를 해볼까 한다. 그러기위해서 간단한 건축용어와 절차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 건축 용어
건축주:건축물을 짓기 위해 설계나 시공을 의뢰하는 사람.
건축사: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이며 건축사법에 의해 등록된 자.
시공자:건축물을 짓는 자, 건설업법에 의해 등록된 자이거나 경력으로 인증받은 자도 있으며 목수, 미장, 도장, 조적공 등 다양한 공종으로 나눠진다.
감리자: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이뤄지는지를 감독하는 자. 소규모의 경우 설계자가 감리자로 지정된다.
△ 부지 매입 전 확인절차
부지는 건축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구비요소로서 시·군청 지적과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지적도·토지대장·토지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 확인한 후 가장 적정한 땅을 가급적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중개를 거쳐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확인시에는 지역은 상업·주거·녹지·공업지역 등을 확인하고, 지구는 주거환경개선지구·미관지구 등을 확인한다. 지적도로는 땅의 형태나 도로조건을 확인한다. 또 토지대장으로는 대지의 면적과 대지·밭·논·임야와 같은 지목을 확인한다. 토지등기부등본으로는 대지소유자와 은행대출여부·압류 등 소유권을 확인한다. 최종적으로 현장을 방문하 여 대지의 경사도 등 현황을 확인한다.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하여 건폐율·용적률 즉 어떤 용도의 건축이 가능한지, 얼마만큼 면적으로 몇층까지 지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매매하여야 한다.
△ 건축이 이뤄지는 가장 보편적 순서
시간및자금계획→건축설계→건축허경시공견적받기(2~3개업체)→시공자선정→착공계제출→시공(감리병행)→사용승인검사(타건축사)→사용승인
첫 번째로 좋은 건축을 위한 기본은 여유 있는 시간과 자금계획이다. 보통 막연히 건축을 서두르다보면 시간이 다급해서 설계도, 시공도 빨리빨리로 진행하시는데 항상 서두르는 데는 화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단독주택의 경우 시공하기가 가장 좋은 시기가 봄이 시작되는 3월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신다. 그래 서 보통은 3월이 임박해서야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본계획부터 실시설계까지를 마치고 해당관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얻어 착공계를 제출하고 비로소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최소한 1~2개월 전에 방문 하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선시공을 해주겠다는 시공업체를 먼저 선정해서 전체일정을 맡겨버리고 결국엔 주어야할 돈은 다 지불하면서 오히려 시공자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를 허다히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맘고생 해가며 건물 다 지어놓고 자금문제로 건물을 넘겨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는데, 물론 전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충분한 자금여력이 자신이 원하는 건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원동력임엔 분명할 것이다.
두 번째로 설계는 건축주 본인이 건축사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여 충분한 상담을 거친후 그 건축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다면 설계계약을 하고 기본계획도면을 제출받아 수정단계를 거쳐 최종 설계를 확정해야한다. 내가 아는 건축주 한 분은 건축을 하기 위해, 국내로 부족해 외국까지 다녀오며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 설계자에게 제안하고 도면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요구를 실현해 옮기셨다.
물론 건축사는 전문가로서 용도에 맞는 설계를 건축법에 맞도록 해야겠지만, 그 건물에 어쩌면 평생 살지도 모르는 건축주의 정서를 담아내어 가장 경제적이면서 아름다운 건축물이 되도록 하는 설계가 가장 훌륭한 작품이 되므로 그 기본적 자료제공자는 건축주 본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이 절차를 몰라서 시공자에게 일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건물을 사용할 사람은 건축주 본인이므로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건축사에게 직접 설계요구를 해서 그 의견이 반영된 설계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 다.
세 번째로 설계도면이 다 완성되면 그 도면을 근거로 2~3개 업체로부터 견적을 제출받아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면 건축주 한 분이 이런 절차를 권했음에도 굳이 자기는 어릴 때부터 절친한 친구에게 공사는 무조건 줘야 한다며 ‘평당 얼마, 됐나· 됐 다.’ 하는 식으로 공사를 진행하셨다가 처음에 간이라도 빼줄 듯 하던 그 좋은 친구와 결국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만약 2~3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견적 후에 같은 값이면 그 친한 친구와 설계도면을 첨부한 계약서를 작성하였더라면 적어도 본인은 평생 한두번 짓는 집을 더 잘 지었을 것이고, 좋은 친구를 잃지도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네 번째로,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선정된 시공자가 설계도면대로 시공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건축주가 미처 도면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은 감리자를 선정하여 시공자와 충분히 상의해서 경미한 변경의 경우 현장에서 조정할 수 있고, 사용승인 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야한다.
이때 시공시 도면에 없는 내용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건축법을 어기는 경우에는 사용승인시 설계·감리자가 아닌 타 건축사로부터 현장조사검사를 받아야만 사용승인서를 해당관청에 제출할 수 있는데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아 적정한 시기에 입주를 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항상 사소한 변경이라도 꼭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원활한 공정을 만들어갈 것이다.
서두에 간단히 길안내를 한다고 했음에도 꽤나 긴 글이 된 것 같다. 건축사가 대학에서 건축전공과정을 거쳐 다년간의 실무를 통해서 파악하는 건축전부를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위에서 열거한 정도만 행한다면 건축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다. 외국건축가 루이스 칸이 즐거움 없이는 건축은 의미가 없다고 했듯이 이 글이 건축주, 건축사, 시공자가 즐겁게 건축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서지영 건축사 |
|
경남도민일보 2005년 09월 24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