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정명님 시 낭송

ksanss@hanmail.net 2012. 4. 25. 13:19

 

 

 

 

 

 

 

 

 

 

 

 

 

 

 

 

 

봄이 해명함 / 정명

 

봄은 꽃이 없는 세상을 모르고

해는 어두운 세상이 있는 줄을 모른다

 

나는 봄이다

꽃과 함께 와서 꽃과 함께 떠나는

계절의 귀족.

 

그러나 말하리라

나는 너의 겨울을 알고 있노라고

 

           힘없이 열린 네 슬픈 눈에서

너의 혹독했던 겨울을 읽고

나와 더불어 안도하는 네 미소에서

너의 외로웠던 계절을 느끼나니

 

           나는 꽃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너의 아픔을 거두러 왔다

새들의 노래와 따스한 햇볕을 건네주고

네 가슴에 꽁꽁 부여안은             

냉소를 거두러 왔다

 

아는가,

나는 꽃이 없는 세상을 본 적이 없으나

내 가슴은 메마르고 혹독한 아픔들로 가득하다

나는 한 때 가을이었고 겨울이었다

 

나는 봄이다

너의 숨겨진 우울과 아픔을 들여다 보는 눈이다.

네 스스로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들여다 보나니

온몸으로 깊이 느끼고 냄새맡는다

꽁꽁 끌어안은 네 가슴속의 가을과 겨울.

 

하여, 나는 봄이다

들여다봄이다.

 

출처 : 코리안아쉬람
글쓴이 : 김영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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