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땅 온고을(전주) 마실
온고을이라 했던가?
비사벌이라 했던가?
어머니가 애기를 업은
큰 뫼 모악산을 끼고
남으로 고덕산,
동쪽의 남고산, 완산칠봉,
북쪽 건지산, 서쪽 다가산이
전주를 아우른다.
그때 갑오년 황토현 전투의
검붉은 동학농민 함성과
승리의 외침을
전주읍성 풍남문이 활짝 열고 반긴다.
노령산맥 꼬리에
고산천, 소양천을 올라 타
큰가람 만경강으로 흘러
김제 만경평야로 에우른다.
湖南第一門
삼한시대 마한부터
백제시절 비사벌로 완산주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사계(四季)들을 빠짐없이 보아왔을
여기 텃골 전주에는
아직도 아련한
천년 역사가 고른 숨을 내쉬고 있다.
한옥마을 실터를 지나
탁 트인 오목대에 오르니
왜적을 무찌른 그날의 포효 속에
숨겨진 뜻 짐작이나 했을까?
6백년이 더 흘러
경기전에 와서야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만나 물어본다.
순교의 뜻 기린
아름다운 전동성당 돌 십자가를 한바퀴 돌고서야
천주교 최초 순교자(윤지충, 권상연)의 한맺힌 사형터임을 알고
뜬금없이 안식의 기도를 올린다.
풍패지관(豐沛之館, 전주 객사)에서 옛 사신들과 어울리고
견훤이 쌓았다는 남고산성 오른 후
꼬리별처럼
미친듯이
미친듯이
천년 본향
전주 동헌 풍락헌(豐樂軒) 마당에서 한판 노닐어 볼거나!
시끌벅적 전주 난장에서
동짓날 대사습놀이 광대놀이와 대동굿에 흥이 차 올라도
수줍은 아낙의 볼우물처럼 남새스러워
발림과 아니리가 구경꾼들과 어우러져
추임새로 화답하니 어느새 수줍은 몸짓으로 달아 오른다.
허기진 뱃속에
남문시장 콩나물해장국과
달착지근한 모주 한잔에 힘을 얻는다.
귀하고 반갑기만 한 덕진의 연꽃
스스로의 열기를 견디지 못할 쯤
그 자리 맴도는 잠자리 떼에 홀려
연꽃만을 향한
선한 마음으로 시선 모으니 온전한 명상이다.
전주는 우리 집 뒤란의 아름다운 뜰이다.
전주는 해거름녁 은은하게 핀 갈꽃의 마음이다.
전주는 아련하고 또 아름답다.
전주는 은은하고 품격이 있다.
전주 온고을은 축복의 땅이다.
2018.7.24
소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