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그리움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 이름하고 똑같은
신성리라는 그 마을에 가면
키가 크고 웃자란
코스모스를 닮은 갈대들이 모여 살고 있다.
게으른 강물을 닮아
씻지 않은 누런 몸끼리
주렁주렁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사각 사각 휘어지는 갈대들
성난 바람 떼창으로 부르는
거친 노래와 잦아진 바람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갈숲 중심 우주宇宙 에 홀로 갇혀
갈대 잎 눈망울들이 호흡하는
조용한 깨달음의 마하무드라 숨소리를 듣는다.
여기에는
생쪽 염색한 젊은 하늘과
거칠고 강한 서풍에 게으른 강물을 생명수로
꿋꿋이 서로를 받들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 이름하고 똑같은
신성리 갈대밭에는
잃어버린 유년幼年의 그리움들이
숨바꼭질 하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마하무드라: 티벳의 성자인 틸로빠가 제자인 나로빠에게 전한 전법계. 위대한 깨달음이란 뜻
은행가는 날
잊고 있던
대출만기 카톡 문자를 받고
선한 가슴이 움츠려 든다.
고객감동 서비스를 찾아
길을 나서며
한 대만 운행하는
더딘 엘리베이터 안의
층층마다 내려놓는 습한 땀내 열기에 열 받고
데워진 아스팔트 위
그늘 없는 팔월 땡볕 신호등 대기에 열 받고
플라타나스 가로수 그늘 찾는 빠른 걸음에서
송글송글한 생땀을 키운다
그리고 부유한 은행의 에어컨 앞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빚 진자들의 대기줄에서
찬 바람에 열 받고 서 있다.
길을 나서니
세탁소, 자동차 정비소, 자전거 수리점, 선거관리사무소, 도시락전문점, 더페이 수제커피숍을 지나 초등학교 앞길, 아까는 무심코 지나친 플라타나스 고목에서 울음 우는 우렁찬 매미들 합창에 이자도 없이 잠시 더위를 맡기고 있는데 저 홀로 땅바닥에 배 뒤집어 바둥거리는 하늘을 보고 웃으며 생을 마감하는 가난한 매미의 임종을 지켜본다.
내년 이 맘때 쯤에
뜨거운 여름 한 생을
울고 간 메미가 부활하는 날
또 잊고 살아갈 카톡 문자의 재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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