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소반의 하루

4. 소반의 하루. 장례식장 (2024.2.19, 수, 비)

ksanss@hanmail.net 2024. 4. 4. 13:20

아침에 처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 이모부님이 돌아가셔서 약속 없으면 울산에 한번 다녀오자고,

그간 이런 제안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터라 먼 거리 운전이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읽혔다항상 처가 행사 때마다 나만 빠지는 터라 이번에는 거절 못 하고 함께 가자고 수락을 했다.김포에서 시내까지 차로, 주차하고 김포공항에서 지하철 5호선으로 고덕까지 1시간 20분.

그리고 5명이 차 한 대로 거의 400km 거리를 둘이서 교대로 운전하면서 울산에 왔다. 처 이모님이 자식 둘을 먼저 보내고 딸과 함께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사신 까닭에 또 하나뿐인 피붙이가 언니인 장모님인지라 처가댁에서는 이모님과는 각별하다. 결혼도 안한 오십이 넘은 딸이 상주고 처 이모부님 댁 도 하나뿐인 여동생뿐이라 고모네 가족도 없어 상가가 단출하다.

처가의 처음 듣는 옛 추억들이 소주 병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진다. 쌓여진 이야기로 장례식장 방에서 1박을 함께 하고 다음날 발인과 화장장까지 다녀와서 귀경을 했다.


장례식장 (2024.2.20)

 

길게 환영하는 조화들 사이로 피곤한 상주의 얼굴이 보인다

양옆으로 배웅하는 조화들 사이로 영정사진이 걷는다

죽음이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쉼일진대

핏기 없는 하루가 스치고 있다

각 방마다 기도 소리와 독경이 나뉘고

벽 하나 사이로 삶과 죽음이 갈라 쳐 있다

하얀 국화꽃 무더기 가운데 노란 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망자는 이미 거추장스러운 생을 접어 쉬고 싶은데

산자는 이 세상의 의리를 고집한다

산자의 우울함이 채색된 영혼의 마지막 거소인 이곳에서

오늘은 망자의 흔적을 추억하지만

내일은 그 흔적을 지우려 할 것이다

이런 날에는 비가 내리든가 잔뚝 찌푸린 날씨가 잘 어울린다

비는 멈춤 생각이 전혀 없는데

높다란 아늑한 둥지에서는

존귀한 생명이 꿈틀댄다

 

죽음과 새로운 시작의 저 공간에서

쉼의 우울함이 곁들여 내리고 있다

 

 

 

 

 

 

 

2024. 2.20. 울산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소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