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 여행은 내 형편에 조금 무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터
그래서 처음부터 조심에 조심을 했다.
끝내 차내에서 무릎뼈가 빠지는 사건(?)이 있기는 했으나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얻은 조치로 조용히 혼자 해결했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던지.....
코리안아쉬람은 예정한 여름명상여행을 7월 18일 밤 11시에
네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열세 명이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시커먼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랑비를 맞기도 하고 소나기도 맞는 것이
우습고 재밌어 어린이처럼 좋아했다.
낮잠을 자지 않았어도 하나도 졸리지 않고 마냥 재밌고 좋기만 하였으니 신기한 일이다.
19일 새벽 4시에 예약한 하동의 펜션에 닿아 짐을 풀었다.
1박 2일의 명상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어
두 서너시간이라도 눈을 붙이자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흥분이 가시지 않아 꼬박 한밤을 샜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도마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있었던 것은
허리보조대를 한 장시간의 자동차가 무리였던지 몸이 말을 안들어서였고
행여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나을지도 몰라 누워있었던 것이다.
아침밥을 먹자는 말에 넙죽 밥상 앞에 앉은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아침밥을 안 먹은지도 벌써 여러 해, 오늘 아침밥을 먹은 것은
젊은이의 기라도 받았던가 싶다.
놀랍게도 맛있게 먹었다.
물론 소량이지만....
운영자측의 알뜰한 살림솜씨로 끼니를 해먹기로 했는데
떠나는 날만의 점심은 사먹기로 했다.
나도 간식거리를 조금 준비해 갔지만 희모님은 고기를 갖고 왔고
솔님도 과일을, 장순욱님은 자신의 저서 <시간과 균형>을,
소반님은 竹扇을 갖고 와 나누어주었다.
고맙고 다정한 일이다.
점심에 초대해준 이사베따노 수도원에 가기 위해 펜션을 떠났다.
그리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는데
훈련이 잘 되어 一絲不亂한 행동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먼저 사천시에 있는 다솔사로 갔는데
그곳에는 우리 회원인 만종 스님이 계시고
다솔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뒤늦게 발견하여 적멸보궁을 세웠다.
본래는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유서 깊은 절이라고.
두 달 전에 선다 축제(禪茶 祝祭)를 열었을만큼
차와 깊은 연관이 있는 다솔사는 그래서 누각에 관련사진을 전시해놓았다.
이를 설명해주는 만종 스님이 자랑스럽고.
한때 스님이었다가 환속하였다는 윤두병씨도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안심료에서 소설 <등신불>을 썼다고 하고
만해 한용운 선생과도 인연이 있다고 자랑이다.
다음 코스는 이리베따노수도원인데, 12시 30분의 약속이라서
한참을 찜통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원장님의 등장
젊었지만 하얀 머리가 오히려 원장의 권위를 드러내고
우리를 다정하게 맞이해 주니 얼마나 신났던지 모른다.
원장님도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두었다.
그리고 여러 수도사와 함께 점심을 나누어 기쁨이 더했다.
이번 명상여행에 도움을 많이 준 만종 스님과 정안님
점심은 뷔페인데 주눅이 들어 밥을 조금 펐다. 혹 늦을까봐서였는데
그들은 밥을 빨리, 그것도 조용히 먹는 게 별천지 사람 같다.
식사 전에 기도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중에 음악(찬송가 등)을 들려주는 것도 특이하다.
식사가 끝나 수도원원장의 안내로 다담도 나누고 도서실도 둘러보았는데
서가에 꽂힌 우리 카페지기인 물운 이명권 박사의 저서 <예수, 석가와 만나다>와
<암베드카르>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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