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나무
자그마한 텃밭에
상추씨 뿌리고 감자, 고추심고
고구마, 옥수수, 가지, 오이까지
또
옆집 할머니가 준 강낭콩도 심었다.
못생긴 단감나무 한 그루
지난 가을
볼품 없고 벌레먹은 단감이
주렁주렁 메달렸다.
2월에 가지치기 해준다고
섣부른 손끝이 가지를 꺾어 주고
나무줄기도 낫으로 갉아 주었다.
새싹 돋아나는
기다리던 4월에
옆 집 감나무는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더니만
우리 집 감나무는 초라하고
놀러온 종달새 소리도 무심이다.
혹시나?
조바심에 새가슴이 되어 마음이 저린다.
“걱정말어, 단감나무는 조금 늦어”
옆집 할머니 말씀이다.
어느 날 문득
파릇한 새싹 가지위 새 소리에
마음 돌려보니
기쁨으로 넘실댄다.
감나무 옆
대추나무 한그루 심고
내 키보다 훨씬 큰 엄나무를
대추나무 옆에 모셔놨다.
조금 떨어져 바라보니
감나무, 대추나무, 엄나무까지
이 무슨 횡재냐 싶은게
남들 모르게
아주 작고 작은 기쁨
한켠으로 감추고
내 마음은
아주 큰 기쁨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