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 사이사이로
4월 꽃잎 한 장 피우려는
바위틈 진분홍 진달래꽃
고통이 가볍지 않다는 걸 아는데
터벅터벅 산으로 가는 날
그림자 발끝을 잡으려 그 몸짓은 긴 낮을 걸었다.
세상은 이미 수많은 것들로 넘실거리고
한 웅큼조차 넘치지 못하는 인색한 마음은
무겁고, 버겁고 또 고단하기만 한데
반짝거리는 햇빛나무 파란 이파리들
푸르름에 한 움큼 비워진 마음에
하찮은 일이 성스러운 기적이 되어
본능적으로 허우적 거리는 여지없이 시들었던 마음이
목마르지 않는 계절
지금 가느다란 바람으로도 시든 마음이 단순해지고
삶의 가장자리에서
정작 이 은밀한 공간을
틈만 나면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하얀 기둥사이를 비집고 달려오는 바람소리와
그 초록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과 평안을 나누고
잠시 멈추어
땀을 닦으며
저 나무와 바위가 하는 말에
눈을 감아 귀 기울이고
어쩌면
잔잔하게 흔들리는 그 잎 사이사이로 온전한 생명의 구루를 맞이하리!
2022. 5. 4 소반 안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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