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포천 , 철원 한탄강길 따라 (2022.4.28)

ksanss@hanmail.net 2022. 5. 5. 01:02

 

초록잎 사이사이로

 

 

4월 꽃잎 한 장 피우려는 

바위틈 진분홍 진달래꽃 

고통이 가볍지 않다는 걸 아는데

 

터벅터벅 산으로 가는 날

그림자 발끝을 잡으려 그 몸짓은 긴 낮을 걸었다. 

 

세상은 이미 수많은 것들로 넘실거리고

한 웅큼조차 넘치지 못하는 인색한 마음은

무겁고, 버겁고 또 고단하기만 한데

 

반짝거리는 햇빛나무 파란 이파리들 

푸르름에 한 움큼 비워진 마음에

하찮은 일이 성스러운 기적이 되어

본능적으로 허우적 거리는 여지없이 시들었던 마음이

 

목마르지 않는 계절 

지금 가느다란 바람으로도 시든 마음이 단순해지고

 

삶의 가장자리에서 

정작 이 은밀한 공간을

틈만 나면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하얀 기둥사이를 비집고 달려오는 바람소리와

그 초록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과 평안을 나누고

 

잠시 멈추어

 

땀을 닦으며 

저 나무와 바위가 하는 말에

눈을 감아 귀 기울이고

 

어쩌면 

잔잔하게 흔들리는 그 잎 사이사이로 온전한 생명의 구루를 맞이하리!

 

 

 

2022. 5. 4    소반 안기필